영화 Vs. TV series

데어데블

최고의 슈퍼히어로는 맞지만, 아쉽게도 최고의 영화는 아니었다.

마블의 캐릭터, 데어데블 DareDevil은 2003년 20세기 폭스 20th Century Fox Film Corporation 의 영화를 통해 스크린에 데뷔했다. 데어데블이 마블의 캐릭터지만 20세기 폭스를 통해서 제작된 이유는 마블은 캐릭터를 소유하고 단지 영화 제작에 대한 판권 판매를 하는 수익 구조를 취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국내에 잘 알려져 있지 않았던 마블 코믹스 Marvel Comics의 컨텐츠가 스크린을 통해 지금의 인기를 얻게 된 것은 2008년 아이언맨 Iron Man을 시작으로 마블 스튜디오 Marvel Studio1에서 직접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영화화하기 시작한 시점과 궤를 같이 한다. 이런 이유로 2003년에는 20세기 폭스가 마블로부터 구매한 데어데블 캐릭터의 판권으로 영화를 만들었고, 그래서 데어데블이라고 하면 흔히들 영화를 먼저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이번에 이야기하려고 하는 것은 영화가 아니라 마블의 TV series 데어데블이다. 거의 망하다 싶이한 영화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개인적으로는 마블 TV series 중에 거의 역대급으로 회자될 가능성이 있을 만큼 여러모로 의미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마블이 영화가 아니라 TV series를?

드라마를 본 뒤로 더이상 머리속에 '벤 에플릭'의 데어데블은 없다.

드라마를 본 뒤로 더이상 머리속에 ‘벤 에플릭’의 데어데블은 없다.

영화에선 마블이 2008년 아이언맨 개봉을 시작으로 DC comics를 크게 앞질러 가고 있다. 그나마 DC comics의 자존심을 지켜준 것은 크리스토퍼 놀란 Christopher Nolan의 배트맨 시리즈 뿐이다. 하지만 TV series에서는 여전히 DC comics 시리즈가 강세를 보이고 있고, 마블은 이제서야 데어데블을 시작으로 제시카 존스 등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히어로를 하나둘 소개하는 단계다. 마블로서는 안정적인 영화에 비해서 다소 조심스러운 도전이 아닐 수 없다. 그렇기에 데어데블을 첫 마블 TV series로 선택한 것이 흥미롭다.2

캐릭터 갑부인 마블이 다른 히어로를 제쳐두고 한번 쫄딱 망해버린(마블의 잘못은 아니지만), 그리고 원작에 충실하지도 않았고 연출도 어설펐던 영화의 캐릭터를 TV series의 첫 작품으로 시작한다는 것이 의아했다. 현재 데어데블은 시즌2까지 종영된 상태로 필자는 막 시즌1을 마친 참이다. 좀 더 두고봐야 겠지만, 영화 데어데블이 실패한 이유는 오직 20세기 폭스가 제작했다는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흥행하지 않을 수 없는 전략적인 드라마라는 생각이 든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세계관을 활용하면서 강화하는 전략

영화 어벤저스에서 슈퍼 히어로들은 치타우리 종족과의 싸움을 통해 지구를 지켜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뉴욕의 주요 시설은 파괴되고 도시는 혼란에 빠진다. 이때 뉴욕의 헬스키친을 지배하고 있는 ‘윌슨 피스크’는 혼란스러운 사회 속에서 오히려 본인의 힘을 키워 헬스키친에 대한 지배력을 키워나갈 수 있었다. 즉, 어벤저스는 외계의 침략으로부터 지구를 구했지만 실제 그 지구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까지 구원한 것은 아니다. 솔직히 말해서 슈퍼 히어로가 존재하는 세상은 평화보다는 혼란과 혼돈의 세계에 가깝다.

데어데블 시즌1

하늘을 날아다니고, 망치나 방패를 들고 다니는 사람은 없다. 그냥 사람들의 이야기다.

하지만 어벤저스는 개인의 삶을 구원해 줄 수 없다. 그래서 데어데블 그리고 제시카 존스와 같은 TV series 속 영웅이 필요하다. 데어데블의 등장인물들은 수퍼 히어로와 같은 시대에 살고 있음을 숨기지 않는다. 다만 혼란과 혼돈의 시대에 살아가는, 좀 더 우리와 가까운 삶의 이야기인 것이다.

마블은 데어데블을 통해 영화가 갖고 있는 이야기의 빈 부분을 채움과 동시에 스케일이 다른 두 이야기를 병행시키면서 세계관을 더 확고히 만들고 있다. 잘 짜여진 세계관은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끊이지 않는 이야깃거리가 된다. 마블은 이런 세계관에 머무는 것에서 나아가 영화보다 비교적 인물 묘사와 구체적인 사건 서술이 가능한 드라마를 통해 계속 탄탄하게 만들어 가고 있다. DC comics가 짧은 시간 내에 마블과의 격차를 줄이기 어려워 보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힘’에서 ‘책임감’으로 히어로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

어벤저스를 보고나면 데어데블을 히어로라고 부르기 조금 조심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것은 기본이고, 번개라도 나가는 망치는 들고 있어야 히어로라고 부를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래서일까? 데어데블은 지구의 생존보다는 그가 태어나고 자라온 헬스키친의 안전을 위해서 히어로가 되기로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낮에는 법을 수호하는 변호사로서, 밤에는 필요악이라고 생각하는 폭력을 통해서 헬스키친을 수호하려고 노력하는 한편, 맷 머독(데어데블)은 지속적으로 필요악인 폭력과 그것을 집행하는 본인의 당위성에 대해 의문을 갖는다.

이 질문에 대한 고민이 극에 달할 때 마다 맷 머독은 교회에서 신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서 진짜 히어로로 거듭나기 위한 정신적인 성장을 한다. 재미있는 것은 오히려 맷 머독은 폭력을 집행하는데 대한 회의와 불안감을 갖고 있는데, 오히려 신부의 대답이 그를 어둠의 법 집행자 데어데블로 활동하게 부추키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그들의 질문과 대답이 어떻게 변해가는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롭다.

Batman Daredevil

배트맨에서 도시를 지키는 영웅은 바로 모든 사람이었다. 이제 배트맨은 캐릭터라기보다는 철학에 가깝다.

영화와 비교해 보자. 영화를 통해 소개된 마블의 히어로들은 책임감이 무색할 만큼 엄청난 힘을 갖고 있다. 그들 앞에 놓인 대다수의 시민들은 그들이 우리를 위해 싸워준다는 사실에 감사하는 것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는 무기력한 존재일 뿐이다. 지금까지는 신기한 컨셉의 능력, 화려한 액션 씬으로 주목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롱런하는 캐릭터는 철학이 있어야 한다. 솔직히 필자는 ‘히어로’라는 단어를 들으면 마블의 캐릭터가 아니라 ‘배트맨’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오랜 시간동안 배트맨이 사랑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영화에서 던지는 메시지가 “I’m Batman”이 아니라 지키고 싶은 것에 대한 희생, 그리고 우리 모두는 누군가에게 영웅이라는 철학적 메시지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데어데블이 처음으로 마블 캐릭터 중 시민들에게 존경받는 영웅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직 배트맨과 비교할 바는 아니지만, 마블에게 있어 데어데블이 갖는 의미는 일종의 ‘스타’에 가까운 마블 캐릭터 속에 존경받는 ‘영웅’으로 빈자리를 채우면서, 영화의 어벤저스, 그리고 드라마를 통해 완성할 디펜더스 라인업에 철학적 깊이를 더해줄 색다른 연결고리라고 정의하고 싶다.

Daredevil deffenders

차례대로 아이언 피스트, 데어데블, 루크 케이지, 제시카 존스. 마블은 넷플릭스에서 네명의 TV Series를 완성 후 영화의 ‘AVEGERS’에 해당하는 ‘DEFENDERS’ 라인업을 완성할 계획을 갖고 있다. 벌써 신난다.


마블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은 물론이고, 마블 영화를 전혀 본 적이 없다 하더라고 재미있게 볼 수 있는 드라마다. 넷플릭스 구독을 시작했다면 제일 먼저 추천해주고 싶다. 넷플릭스 컨텐츠에 대해 간략한 소개를 하고자 마음먹고 처음으로 작성한 리뷰인데 쓰다보니 너무 길어진 것 같다. 그만큼 만족스러웠던 컨텐츠라고 생각해주면 좋겠다. 글을 작성하면서 생각이 들었는데, 기회가 된다면 마블이라는 회사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라고 불리는 그들이 공유하는 세계관에 관해서도 한번 포스팅하는 기회를 가져보려고 한다.


  1. 마블 스튜디오(Marvel Studios)는 1993년에 설립된 미국 캘리포니아 주 맨해튼비치에 위치해 있는 마블 코믹스 기반의 영화 & TV 제작 스튜디오사로 월트 디즈니 컴퍼니의 자회사가 소유하고 있는 마블 엔터테인먼트의 자회사이다. 창립 때 부터 1995년까지는 마블 필름스(Marvel Films)라는 명칭을 사용했다가 1996년 마블 스튜디오로 이름을 바꾸었다. 2008년 부터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서 나오는 만화의 기반을 가지고 영화 & 외화를 제작하고있다. -Wikipeda 
  2.   첫 마블 TV seires는 2013년 에이전트 오브 쉴드 Agents of S.H.I.E.L.D.가 있지만,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공유한다는 점을 제외하면 마블의 히어로 캐릭터가 등장하지 않아 대표적인 마블의 영화/드라마와는 차이가 있다고 여겨진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시즌1 이후로 꾸준히 시청률을 잃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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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J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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