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소셜커머스 대표 ‘쿠팡’

쿠팡이라는 회사를 모르는 사람은 없으리라 생각하고, 또 조금이라도 경제 혹은 경영 관련 뉴스에 관심이 있다면 그 쿠팡이라는 회사가 처해있는 상황에 대해서 한 번쯤은 들었으리라 생각한다. 2010년 국내에 소셜커머스 서비스가 소개되었고, 초기부터 많은 관심 속에 자연스럽게 대표 소셜커머스 3사 간에 경쟁 구도도 재밌는 볼거리였다. 지금 시점에서는 소셜커머스 내의 전쟁은 쿠팡의 승리로 일단락되었고, 오히려 현재는 위메프와 티몬이 쿠팡의 생존을 응원해야 해야 하는 상황이다. 쿠팡의 현재 상황에 대해서는 이미 잘 정리된 글이 많으므로 간략히 정리하고, 앞으로 쿠팡이 생존하기 위해 어떤 모습이어야 할지에 대한 필자의 의견을 소개하려고 한다.

‘빠르고 친절한 배송’을 무기로 한 쿠팡의 승리

‘쿠팡’과 ‘성공’이라는 단어를 함께 쓰기 시작한 것은 소프트뱅크에서 지난해 1조 1천억 원이라는 대규모 투자를 받은 시점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국내에서 소셜 커머스가 태동한 2010년 이후 크게 세 개의 업체가 경쟁해왔다.

  • ‘빠르고 친절한 배송’을 무기로 하는 쿠팡
  • 거의 모든 생활재를 다루는 ‘라이프 커머스’ 전략을 내세운 티몬
  • 마지막으로 ‘가장 저렴한 가격’을 강조하는 위메프

한국 소비자는 기존에 경험하지 못했던 친절하고 빠른 배송을 무기로 한 쿠팡을 선택했고, 이에 소프트뱅크는 UBER, 샤오미에 이어 세 번째로 큰 규모의 투자를 쿠팡에 하게 된다. 지금도 여전히 쿠팡은 로켓 배송이라는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그를 위해 자체 물류 창고와 배달 인프라를 구축하는 중이다.

쿠팡의 목표는 “제2의 아마존”이 되는 것

아마존은 오프라인 비즈니스였던 DVD 대여업을 온라인으로 잘 옮겨오면서 확장을 거듭해 지금의 온라인 유통 채널을 갖게 되었다. 이베이가 판매/구매를 위한 플랫폼만 제공했다면 아마존의 경우 자체 물류 시스템을 갖고 직접 소비자에게 배송까지 하기 시작한 것이 결국은 성공의 열쇠가 되었다.

비슷비슷한 소셜 커머스 시장에서 쿠팡이 다른 경쟁자들을 따돌리고, 소프트뱅크로부터 엄청난 규모의 투자를 얻게 된 데에는 ‘로켓 배송’이라는 배송 서비스가 가장 주요했다. 언뜻 보아도 쿠팡이 과거 아마존이 자체 물류/배송 시스템으로 경쟁자들과 차별화를 시도했던 성공 사례를 비슷한 상황에 놓인 한국 소셜커머스 시장에 적용했음을 알 수 있다.

아마존과 쿠팡 사례의 차이점

image 중요한 것은 미국 시장에서 아마존이 시작한 배송 서비스와 한국 시장에서 쿠팡이 시작한 로켓 배송은 소비자에게 미치는 파급력이 전혀 달랐다는 것이다. 넓은 대륙의 미국에서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현재까지도 대도시가 아닌 곳은 우체국의 사서함 서비스를 이용해 물건을 배송받는다. 이런 곳에서 아마존이 직접 물류 센터를 갖고 집 앞까지 짧은 시간에 배송하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이것은 단순히 다른 온라인 쇼핑몰을 이용하던 고객이 아마존을 이용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기존에 온라인을 통해 구매하지 않던 제품까지 새롭게 구매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쿠팡은 사정이 다르다. 한국은 이미 어디서든지 워킹데이 이틀 안에 물건을 배송받을 수 있다. 물론 대도시에 제공하는 당일 배송과 쿠팡맨의 친절함은 비슷한 소셜커머스 경쟁자들을 물리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문제는 로켓 배송은 온라인 구매자가 쿠팡에서 물건을 산 뒤 느끼는 일종의 만족 요인이지 실제 구매에 영향을 미치는 구매 요인은 아니라는 것이다. 더군다나 소비자는 특히 온라인에서 합리적인 소비를 했음에 큰 만족감을 느낀다. 가격을 매길 수 없는 쿠팡맨의 친절함보다는 100원이라도 더 싸게 샀음에 만족하는 것이다.

전공이든 아니면 교양으로라도 경영학개론을 듣다 보면 아마존의 감동적인 배송 서비스와 사후 고객 관리에 대해서 듣게 된다. 하지만 아마존에서 벤치마킹해야 하는 것은 ‘배송’, 그 자체가 아니라 그로 인해 신규 고객을 아마존에서 쇼핑하도록 만들었다는 것이다. 쿠팡은 배송 서비스에 집착하기보다는 어떻게 신규 소비자를 끌어들일지 고민해야 한다. 이제까지는 소셜커머스 3사 간에 경쟁을 통해 파이를 나눠 가지면서 성장했다. 하지만 이제는 현재 확보한 시장에서 on-top으로 쌓아 나갈 수 있는 계기가 필요하다. 로켓 배송이 그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회의적이다.

‘로켓 배송’의 딜레마

게다가 쿠팡의 대표 서비스인 로켓 배송은 현재 택배 회사들과 소송 중에 있으며, 일부 패소 후 항소 중이다. 더 큰 문제는 소송에 이겨도 쿠팡에게 상황이 유리하게 흘러가긴 어려워 보인다.1 이번 소송을 통해 쿠팡의 로켓 배송이 적법으로 판결받으면 유통 업체들이 직접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합법적이라는 근거가 된다. 그렇다. 현재 쿠팡에게는 가장 무서운 적인 이마트가 바로 자체 배송 서비스를 시작할 것이다. 소프트뱅크로부터 막대한 투자를 받아 물류 센터와 배송 인프라 구축을 여전히 하는 중이지만 이마트의 경우 이미 탄탄한 오프라인 유통 채널을 바탕으로 물류 채널을 갖추고 있다. 현재는 주변 장바구니 배송 서비스만 하고 있는데 쿠팡의 판결에 따라 바로 일반 배송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 분명하다. 누가 더 잘할 수 있을까? 굳이 질문이 필요할까 싶다.

결국, 작은 경쟁에서 얻은 파이를 공룡에게 던져주는 꼴이다.

쿠팡이 살아남기 위한 방법?

앞서 쿠팡이 제2의 아마존이 되기 위해서 취한 전략들이 한계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쿠팡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역시 아마존의 사례에서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크리스 앤더슨이 제시한 롱테일에 대해서는 이전 포스팅에서 설명한 바 있다. 필자는 쿠팡의 미래는 ‘한국식 롱테일’을 실현할 수 있는가에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아마존: 한 품목 다양한 취향의 롱테일
아마존의 롱테일은 품목별로 다양한 취향을 가진 상품들이 롱테일로 인해 성공했다. 오프라인에서 절대 전부 갖춰놓을 수 없는 아무도 찾지 않는 책, DVD 등 북미는 국토가 넓고 또 주마다 완전히 다른 경험을 하기 때문에 취향의 롱테일이 가능했다.

한국식 롱테일: 다품목 일관된 취향의 롱테일
하지만 한국의 경우는 다르다. 전 국민이 비슷한 환경에서 컸고, 비슷한 내용을 배우고 보고 자랐다. 자연스럽게 취향도 비슷해지기 마련이다. 단지 트렌드를 앞서 나가는 사람과 따라가는 사람이 있을 뿐 취향의 다양성을 한국인의 특성으로 꼽기에는 무리가 있다. 다만 한국은 미국에서 온라인으로 사지 않는 것들을 산다. (이 좁은 나라에서 왜 그러는지 모르겠지만) 샴푸, 치약, 심지어는 저녁을 차리기 위한 식재료도 인터넷으로 구매한다.

한마디로 아마존을 사용하는 소비자는 오프라인에서 살 수 없었던 모든 것을 살 수 있다는데 가치를 느낀다면, 국내 온라인 쇼핑몰 사용자는 어디서든 살 수 있지만 직접 가기 귀찮거나 아주 약간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다는 것에 큰 가치를 느낀다.

‘저관여 소비재’ 위주의 매출 구성과 ‘로켓 배송’을 통해 ‘한국식 롱테일’을 달성하기

따라서 쿠팡은 제2의 아마존이 되겠다는 생각이 아니라 한국식 롱테일, ‘다품목 일관된 취향의 롱테일’의 저관여 제품을 제공하는 온라인 쇼핑몰이 되어야 할 것이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생각할 필요도 없다. 모바일 쇼핑몰 플랫폼이 가장 효과적인 상품은 역시 직접 사용하지 않고 쉽게 구매할 수 있는 저관여 상품들이다. 저관여 상품의 대부분은 생필품이 많고 생필품은 지속해서 구매를 해야 하지만 다른 제품과 같이 구매하는 과정에서 만족감을 느끼기보다는 피로감을 느끼는 편이 많다. 더군다나 생필품은 계획적으로 구매하지 않기 때문에 필요할 때 하루라도 빠른 배송이 주요하고, 쿠팡의 로켓 배송과 함께 정기 구매를 활용한 할인율로 가격 경쟁력마저 가져갈 수 있다면 현재 매출에서 on-top으로 쌓을 수 있는 새로운 영역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좋아하는 브랜드, 갖고 싶은 명품에 ‘좋아요’를 누르지만 실제로 구매하는 것은 냄비, 접시, 머그잔, 달걀인 경우가 더 많다. 제2의 아마존이 되는 방법은 배송으로 인한 고객감동을 따라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온라인 플랫폼과 배송 서비스를 가진 쿠팡은 80%의 저렴한 생필품을 잡는, 한국식 롱테일을 실현하는 모바일 쇼핑몰로 자리 잡아야 할 것이다.


  1. 그나마 승소했을 경우 가정이 필요하지, 패소하게 된다면 지금까지의 막대한 투자가 무의미해지는 것이므로 쿠팡으로서는 가장 피하고 싶은 재앙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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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J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