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짜 경제학’과 ‘괴짜처럼 생각하라’

<절대 두 시간의 시간이 아깝지는 않으니 한번씩 읽어보는 것도 좋다.>

‘괴짜 경제학’은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워낙 큰 인기를 끌었던 책이고, 개인적으로도 베스트 셀러에 포함된 책 중에서 몇 안 되는 실제로도 읽을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었다. 모든 컨텐츠가 그렇듯 첫 시리즈가 가장 좋았지만 다양한 사례를 소개하는 측면에서 후속편도 재밌게 읽었던 기억이 있다.

‘괴짜처럼 생각하라’는 이전 책에서 소개한 사례들을 통해서 어떻게 저자와 같은 방식으로 생각하고 결정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일종의 방법서라고 볼 수 있다. 책의 요지는 우리 일상에 존재하는 일상부터 사회적인 통념까지 철저히 의심해보고 경제학적으로 다시 생각해보는 연습을 하자는 것이다. ‘페널티 킥을 찰 때 성공 확률이 가장 높은 가운데로 찰 수 없는 이유?’처럼 간단한 경제학적 지식으로 답을 얻을 수 있지만, 관성, 혹은 개인과 사회의 역학 관계 때문에 최선이 아니라 안전한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 속에서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해야 하는지 조언한다. 이 속에서 통념에 반하는 경제학적 선택을 할 수 있는 저자와 같은 사람들을 ‘괴짜’라고 부른다. 책의 시작부터 끝까지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 얼마나 멋진 일인지에 대해 꾸준히 설득하는 것을 보면 실제로는 스스로를 ‘괴짜’라고는 생각하지 않는 것이 확실하다.

‘괴짜 경제학’과 ‘괴짜처럼 생각하라’를 모두 읽지 않았다면 ‘괴짜 경제학’을 읽어보길 권한다. ‘컨텐츠’라는 것에 대해 고민을 해본 사람이라면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이고, 그렇지 않다고 해도 나오는 사례 자체가 재밌어서 시간이 아깝진 않을 것이다. ‘괴짜처럼 생각하라’만 두고 봤을 때 읽어볼 만한지 물어본다면, 음 그냥 이번 필자의 포스팅을 읽으면 된다고 말하고 싶다 🙂 이번 포스팅을 쓰게 된 이유도 서평보다는 평소에 가진 ‘컨텐츠’에 대한 고민에 관해서 얘기하고 싶었다.

‘정보’에서 ‘통찰력’으로

24시간 인터넷에 연결되어 사는 지금 ‘정보의 불균형’이라는 것은 더는 외부 요인이 아니라 각자의 선택이다. 특히 뛰어난 인프라를 통해 넘치는 정보 속에서 사는 우리는 어려서부터 정보를 찾고 그 정보 중에 필요한 것과 아닌 것을 구분하는 능력을 자연스럽게 갖추게 되었다. 정보의 접근성이 상향 평준화됨에 따라 점차 정보 자체는 중요성을 잃어가고 대신 그 정보를 통해 얻은 통찰력이 중요해졌다.

통찰력에 대해 개인적으로는 본인만이 갖고 있는 사물 혹은 현상에 대한 견해이라고 정의한다. 그것에 대해 이미 배운 것, 혹은 알고 있던 것을 머릿속에서 불러오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본인만의 방식으로 비평하고 스스로의 관점을 갖게 되는 것을 말한다. 가장 먼저 소식을 전하는 매체였던 종이신문이 이제는 그 자리를 인터넷에게 내어준 지금도 존재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인터넷 매체와 비교하면 ‘관점’을 가진 좋은 글이 여전히 많기 때문이다. 단순 사실을 전달하는 역할은 이제 트위터나 포털 사이트가 맡아서 하고 있다. 하지만 오랜 시간 동안 각 분야에서 본인만의 관점을 키워온 기자와 칼럼니스트들은 관성 때문인지 여전히 그 진지함과 깊이 측면에서 인터넷의 그것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수준의 생각을 지면을 통해 보여준다.

‘컨텐츠’에 대한 고민

기자나 칼럼니스트처럼 꾸준히 글을 써야 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만이 ‘컨텐츠’가 필요한 것이 아니다. 멀리서 찾을 필요도 없이 이성과의 만남에서도 ‘컨텐츠’가 있는 사람이 더욱 매력적으로 보이게 마련이다. 촌스럽게 소개팅 자리에서 얼마나 깊은 이야기를 나누냐고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쉽게 ‘프로듀스 101’ 이야기가 나왔다고 생각해보자. 본인이 누구를 응원했고, 어떤 멤버가 최종 데뷔를 하게 되었는지 11명의 이름을 자신감 있게 외우는 모습에 상대방이 당신을 트렌드에 민감한 매력적인 사람으로 생각하기보다는 오히려 조금 찌질한 사람으로 생각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예시로 소개했지만 실제로 걱정이 된다… 음원의 인기를 통해 진출하는 편이 가능성이 큰데 ‘Crush’는 히트할 것 같지가 않다.>

반면 모든 에피소드를 다 챙겨보지도 못했고 그래서 11명의 데뷔 멤버의 이름도 잘 모르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그들이 케이블 채널의 리얼리티 쇼를 통해 데뷔했다는 사실이 앞으로의 활동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생각을 약간의 우려와 함께 말한다고 생각해보자. 지상파와 케이블 채널이 갖고 있는 기본적인 노출도의 차이에 관해서 설명하고(여기서는 각 채널에서 성공했다고 여기는 시청률의 차이를 예시로 들면 좋겠다), 방송에서 다른 채널에 대해 언급하는 것이 과거처럼 금기시되지는 않지만, 여전히 편집에서 자유롭지 않은 현 상황을 덧붙이면서, 지상파의 강력한 미디어 파워와 케이블의 참신한 컨텐츠 간 자존심 싸움 가운데에 있는 ‘프로듀스 101’의 걸그룹이 조금은 가엾게 여겨진다고 말한다면 어떨까.1 (실제로 팬이 아니더라도 어른이 어린 친구들에 갖는 약간의 연민이 느껴지는 표정을 짓는 편이 좋을 것 같다)

당신이 여자친구가 없는 이유에 대한 조금의 힌트가 되었으면 한다. 시덥잖은 만남에서도 생각 있는 ‘컨텐츠’의 여부가 이렇게 중요한데 돈을 받고 하는 일에서는 얼마나 중요할지는 더 말할 필요도 없다. 회사에서도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은 엑셀이나 파워포인트를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엑셀을 보고 의심할만한 숫자들을 뽑아낼 수 있는 사람, 그리고 그것을 검증하고 파워포인트에 담을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사람이다.

모든 것을 의심하라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 나름 찾은 방법이라면 모든 것을 의심하는 것이다. ‘괴짜처럼 생각하라’는 책을 읽으면서 이번 주제에 대해 글을 쓰기로 한 이유도 그들이 찾은 해답도 크게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읽고 보는 모든 내용에 대해 일단 의심하고 그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을 기본으로 삼는다. 그리고는 그들의 컨텐츠가 나를 설득할 수 있는가를 평가하면 된다. 충분히 내가 설득당할 수 있다면 그들의 생각을 빠르게 내 것으로 만들고, 혹시 부족하다고 한다면 나를 설득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스스로 찾으면서 어떤 관점을 내 것으로 삼을지를 결정하면 된다.

필자의 포스팅 중 대다수가 많은 사람이 받아들이는 당연한 생각과 다름을 지적하는 글이 많은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의미 있는 좋은 생각과 글은 본인만의 관점을 담고 있어야 한다.2 우리는 모두 ‘컨텐츠’를 만들면서 살아가야 하고, 그렇다면 어떻게 그것을 꾸준히 만들어 나갈지 스스로 해답을 찾아야 할 것이다. 아직 해답을 찾지 못했다면 ‘괴짜처럼’ 모든 것을 의심해 보는 것으로 시작해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1. 글을 쓰다 느낀건데 어디가나 ‘프로듀스 101’이 이야기 소재로 빠지지 않는데 ‘스토리텔링 마케팅’과 엮어 얘기하는 것도 참 매력적으로 보일 것 같으니 한번씩 읽도록 하자. 
  2. 진지하게 꾸준히 자신의 생각을 글로 써보고 싶은 사람은 아래 링크의 글을 꼭 읽어보면 좋겠다. 좋은 글이란 어떤 것인지에 대한 아이디어와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가져야 하는 태도에 대한 생각을 해볼 수 있다. How to write a good blog post  – Om Mal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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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J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