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진단]기회이자 위기 : 뉴스 : 동아닷컴

전자업계에서는 LG전자가 슬럼프에 빠진 원인에 대해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우선 1990년대 말 외환위기 시절 정부가 추진한 ‘빅딜’로 LG반도체가 현대전자(현 SK하이닉스)로 넘어간 것이 결정적이라는 ‘대외 요인설’이 있다. 반도체 사업을 사실상 빼앗기면서 전자사업과 함께 발전할 수 있는 시너지 효과를 누릴 수 없었던 것이 LG전자가 침체에 빠진 이유라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삼성반도체를 흡수해 기술 및 재무적 시너지 효과를 톡톡히 본 것과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금일 자(16년 3월 21일) 동아일보에 [기회이자 위기]라는 제목의 G5 출시에 대한 기대와 우려 섞인 칼럼이 게재되었다. LG전자가 슬럼프에 빠진 원인으로 외환위기 당시 LG반도체가 현대전자로 매각된 것을 주 요인으로 꼽고 있다. 전자회사에 반도체 사업체가 있다는 것이 완제품과 부품회사 간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측면이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그것이 현재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부의 어려움을 설명하는 가장 큰 외부요인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칼럼을 읽으면서 평소 LG라는 기업에 대해 가진 아쉬움과 동시에 기대에 관한 이야기도 함께 해보려고 한다.

반도체 의존도의 변화

<이렇게 다양한 형태와 종류의 피처폰이 존재할 수 있었던 이유는 모델별 OS와 반도체를 따로 개발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피처폰Feature phone1 시절에는 반도체가 제품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었다. 안드로이드Android라는 OS 플랫폼이 없던 때에 모든 피처폰은 개별 OS가 필요했다. 즉 ‘새로운 피처폰 = 새로운 버전의 OS = 새로운 반도체(AP)’를 의미했다. 하지만 스마트폰으로 넘어오면서 반도체의 중요성은 점차 낮아졌다. 현재 대다수 스마트폰은 구글의 모바일 운영체제 플랫폼인 안드로이드를 사용 중이며, 모델별로 별도의 OS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안드로이드를 일부 수정하여 일괄 적용하고 있다.

LG반도체의 부재가 LG전자의 부진의 이유?

<스마트폰의 기본적인 기능을 Qualcomm AP가 제공하면서 경쟁의 축이 이동했다>

안드로이드라는 OS 플랫폼과 이를 실행시킬 수 있는 반도체(대표적으로 Qualcomm의 Snapdragon 시리즈)는 이미 존재한다. 이제 반도체와 OS가 아니라 카메라와 디스플레이 등 하드웨어를 기반으로 한 UX(User Experience)로 경쟁의 축이 이동했다. LG반도체가 LG 계열사로 남아있었다면 물론 좋았겠지만, 지금의 부진을 설명할 수 있는 치명적인 요소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현재 SK하이닉스(구, LG반도체)를 보더라도 매출은 칩셋(AP)이 아니라 메모리 쪽에서 발생한다. LG전자 스마트폰 사업에 별 도움이 되지 않았을 거라는 것이다.

현재 LG전자가 겪는 슬럼프의 진짜 외부요인은?

칼럼의 의견과 같이 필자도 외환위기 당시 정부 정책으로 인해 LG전자가 오랜 부진에 빠졌다고 생각하는데 그 요인은 LG반도체의 매각보다는 지주회사로의 전환이 더 큰 영향을 줬다고 생각한다.2 우리나라는 기본적으로 지주회사 설립을 금하고 있다. 지주회사는 자회사에 대한 순환 지배가 가능하고 동시에 재벌 상속도 수월하기 때문이다.

한편 외환 위기 당시 대기업들은 상호 간에 자본 출자를 통해서 그 위기를 극복하고자 했다. 지주회사가 아닐 경우 계열사 간에 자본 출자가 가능해 한 회사의 부실 위험을 다른 회사의 자본으로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지독한 외환 위기 파동으로 부실위험이 점차 다른 회사로 전이되기 시작했고, 어느 순간에는 겉잡을 수 없이 많은 대기업이 한 번에 도산하게 된 것이다. 이것을 계기로 정부는 외환 위기 이후 지주회사 제도가 가진 문제점을 알지만 기업 지배구조가 투명해지고 구조조정을 쉽게 할 수 있다는 장점을 내세워 이를 허용했다.

지주회사, (주)LG가 존재함으로써 갖는 구조적인 한계

즉, 지주회사는 계열사가 한 번에 망하지 않기 위한 일종의 안전장치가 존재하는 기업 구조라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위기에는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지만 정작 성장이 필요한 시점에 한 계열사에 힘을 집중하는 것이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LG는 계열사에 시너지를 낼 수 있는 LG전자, LG이노텍, LG디스플레이, LG화학, 심지어 통신사인 LG유플러스까지 있다. 문제는 계열사 간에는 내부거래 금지 조항으로 인해 상호 출자가 철저히 금지되어 있다. LG전자의 스마트폰을 LG유플러스가 유통 채널을 통해 도와주기는커녕 오히려 다른 통신사가 제공하는 정도의 공동 마케팅 비용도 쓸 수가 없다.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가진 LG이노텍, LG디스플레이 그리고 LG화학까지도 내부거래 때문에 LG전자에 경쟁력 있는 가격에 부품을 제공할 수 없다.

벡터의 삼성, 스칼라의 LG

쉽게 삼성과 비교해보자. 삼성은 모든 계열사가 오직 삼성전자의 수익을 위해 존재한다. 모든 계열사의 의사결정 기준은 삼성전자의 매출 극대화와 무관하지 않다. 그래서 스마트폰이라는 새로운 시장이 열리면서 모든 계열사의 힘을 집중시켜 단기간에 놀라운 성장을 할 수 있었다. 계열사가 필요에 따라 한 방향으로 모든 역량을 집중시키는 모습이 이제는 잘 기억도 안 나지만 물리 시간에 배웠던 ‘벡터’Vector3의 힘과 닮았다.

반면 LG는 모든 계열사가 LG전자를 이용해 매출을 달성한다. 부품 업체들은 LG전자의 매출 극대화를 위해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니라 LG전자를 이용해 본인의 매출을 달성한다. 각 계열사가 지주회사에 포함된 별도의 회사로 LG 계열사들은 각각의 기업으로서 구실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각 계열사가 본인의 생존만을 위해서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LG는 방향성 없는 힘의 집합인 ‘스칼라’Scalar4를 떠오르게 한다.

앞으로도 LG의 부진은 계속될 것인가?

효율성을 무기로 삼성은 모든 계열사의 힘을 모아 벡터의 성장을 보여줬다. 반면 LG는 지주회사 전환 이후 각 계열사가 별도의 회사로 존재하면서 각자의 생존을 위해 스칼라의 비효율적인 성장통을 겪고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LG는 어떻게 될 것인가?

삼성은 가까운 미래에(사실 이미) 상속이라는 기업으로서 아주 소모적인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지주회사가 아니므로 상속의 과정에서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 최근 삼성이 빠르게 계열사 정리를 하고 있는데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이건희 회장이라는 존재가 있기 때문이다. 그가 존재하지 않을 때 지주회사가 아닌 삼성이 이렇게 불필요한 계열사를 빠르게 정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는 기대하기 어렵다. 지주회사가 아님에도 삼성이 가진 현재의 강력한 지배구조는 한 세대 만에 붕괴할 가능성이 크다.

LG가 지금 스마트폰 시장에서 다시 성공할 수 있으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다음에 찾아올 기회에서 누가 더 준비가 잘 되어있을까 자문해보면 선뜻 대답하기 어렵다. 다음 세대에서 삼성은 지금 LG가 겪고 있는 계열사 내부 경쟁력 강화를 위한 시간이 필요해 보이고, 그 시기를 먼저 겪은 LG에겐 그 기회를 활용할 준비가 어느 정도 갖춰져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이 작은 나라에 같은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는 대기업 두 개가 존재한다는 것이 참 흥미롭다. 서로의 성장을 위해서도 LG가 앞으로 더 선전해 주기를 응원해본다.


  1. A feature phone is a class of mobile phone; the term is typically used as a retronym to describe low-end mobile phones which are limited in capabilities in contrast to a modern smartphone. Feature phones typically provide voice calling and text messaging functionality, in addition to basic multimedia and internet capabilities, and other services offered by the user’s wireless service provider. 
  2. LG반도체의 ‘빅딜’에는 정부의 반강제적 압력이 있었기 때문에 외부요인이라고 할 수 있지만, 지주회사로의 전환은 정부의 권고 사항이었는데 외부요인으로 볼 수 있냐고 물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권고사항을 이행함으로써 기업에 손해가 더 크다면 그 의사결정에 외부요인이 작용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3. 크기와 방향을 동시에 나타내는 물리량을 말한다. 
  4. 방향을 가지고 있지 않고 크기만 가지고 있는 물리량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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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J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