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제조업이 글로벌 시장을 장악한다?

한국에서 삼성과 LG라는 글로벌 대기업이 함께 공존하고 있다는 것이 한국인에게는 너무 익숙하고 자연스러운 사실이지만, 종종 외부의 시각을 듣다보면 대한민국을 세계에 알리는 큰 두 기업이 자랑스러운 생각이 들기도 한다. 중국뿐만 아니라 글로벌에서 샤오미에 대한 관심이 급부상하면서 향후 제조업은 막강한 내수 시장과 가격 경쟁력을 토대로 한 중국 업체들의 무대가 될 것이라는 섣부른 예상들이 쏟아지고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가까운 미래에 걱정할 일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다. 당장 중국 업체의 추격이 ‘자랑스러운’ 두 대기업에 큰 위협이 될 상황은 아니라는 게 필자의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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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과 LG 두 대기업 모두 포디즘1, 즉 대량 소비를 가정한 대량 생산 체제의 효율성 경쟁을 통해 성장한 기업이다. 흥미로운 점은 다른 기업(GE, 소니 등)과 다르게 삼성과 LG가 현재까지도 건재한 이유가 아이러니하게도 애플이라는 경쟁자의 등장과 무관하지 않다는 점이다. 시장에 존재하는 소비에 대응하기보다 새로운 소비 영역 창출로 시장을 만들어왔던 애플과의 경쟁에서 삼성과 LG는 다소 비싼 값을 치렀지만 그 과정에서 포디즘을 통해 얻은 효율성과 애플에서 목격한 제품 혁신에 대한 교훈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점을 잘 찾아왔다.

샤오미의 가파른 성장의 이면

샤오미가 당장 삼성과 LG에 위협이 되지 않는 이유는 자칭 ‘혁신’이라고 내세우는 것이 결국 ‘싼 가격’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대기업이 갖지 못한 말도 안 되게 큰 내수 시장 덕분에 오랜 시간에 걸려 쌓아온 제조업 노하우를 중국 기업은 빠르게 따라잡고 있다. 그리고 규모의 경제를 통해 그 어떤 기업보다 저렴한 가격에 이를 공급하고 있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늦은 경제 개방으로 그동안 해외 기업 진입에 대한 규제가 심했기 때문이다 중국 내수 시장에서는 여전히 적당히 저렴한 가격과 적당한 품질의 제품이라면 얼마든지 살 용의가 있는 수많은 소비자들이 존재한다. 그래서 여전히 중국에서는 ‘혁신’보다는 ‘효율적 생산’만으로 얼마든지 가파른 성장을 할 수 있었다. 포디즘에 머무는 샤오미가 내수 시장에서 성장의 한계를 맞았을 때 글로벌 기업과 어떤 경쟁력으로 경쟁할 수 있을지는 아직 확인된 바가 없다.

필자는 오히려 말도 안 되는 주기로 경쟁사를 모방한 신제품을 내놓는 샤오미보다, 통신 장비 쪽에서 오랜 노하우를 갖고 소비재로 영역을 확장해 가고 있는 화웨이를 좀 더 집중해서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샤오미와 화웨이의 차이

제품 주기가 짧은 스마트폰으로 한정 지어서 둘의 차이를 보자.

Apple, Huawei, and Xiaomi Finish 2015 with Above Average Year-Over-Year Growth, as Worldwide Smartphone Shipments Surpass 1.4 Billion for the Year, According to IDC – prUS40980416

샤오미 화웨이

Huawei was the biggest winner in the quarter, with the strongest year-over-year growth among the top five vendors at 37%. Huawei also became the fourth mobile phone vendor in history to ship over 100 million smartphones in a year (preceded only by Nokia, Samsung and Apple). Of the key brands originating from China, Huawei has consistently expanded its presence and share on the back of affordable handsets in emerging markets, combined with increasingly competitive flagship models.

샤오미보다 조금 더 늦게 글로벌 시장에 진출한 화웨이의 스마트폰 출하량이 스마트폰 제조사 중 가장 높은 44.3%의 연간 성장률을 보인다.2 반면 샤오미의 경우 13년도 가파른 성장 뒤 14년은 성장세가 한풀 꺾였으며, 지역별 매출 비중을 보면 출하량 중 무려 90%가 중국 내수 물량이다. 하지만 화웨이는 중국 내 성장보다 글로벌 출하량을 바탕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 샤오미는 내수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한 고성장 추세가 주춤하고 있으며, 화웨이는 오랜 통신 산업 제조업 경험을 바탕으로 증가하는 글로벌 시장 수요를 통해 계속 성장률이 상승하고 있다.

샤오미와 화웨이의 과제

샤오미가 국내에서 이슈가 되면서 너도나도 나서서 샤오미의 경영, 마케팅에 관한 이야기에 관련된 책들을 쏟아내고 있다. 엄청난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뒤늦은 포디즘의 성공을 보여주고 있는 샤오미, 하지만 포디즘은 가정된 수요를 위한 최적의 생산 방식에 기초하고 있어 내수 시장의 한계를 넘을 수 없다. 중국 내수 시장의 가격 경쟁력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매출이 극에 달했을 때 어떤 변화를 보여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샤오미는 내수가 아닌 글로벌 기업과 무한 경쟁을 해야하는 시장에서도 유통 비용의 불리함을 극복하고 지속적으로 가격 경쟁력을 가져갈 수 있을지가 앞으로의 과제일 것이다.

반면 화웨이는 현재 제품 차별화보다는 소비자가 원하는 균형점을 찾는 방식으로 경쟁하고 있다. 삼성과 LG보다 가격과 제품 완성도의 trade off 사이에서 시장에서 원하는 정확한 지점을 잘 찾아내고 있다. 하지만 다른 기업 속 균형을 찾는 것만으로는 지속적인 성장이 어렵다. 포디즘의 노하우가 있는 화웨이는 삼성과 LG처럼 이제는 직접 주도하는 혁신을 보여줘야 할 시점이다.

한국에서 시작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삼성과 LG, 그리고 삼성과 LG가 걸어온 길을 내수 시장의 힘으로 빠른 속도로 따라오고 있는 샤오미와 화웨이. 당장은 서로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시장을 공략하며 공존하고 있지만, 같은 선에 위치하게 되었을 때 주어진 과제를 가장 먼저 극복하고 한발 먼저 나아갈 기업이 누가 될지 기대된다.


  1.  산업 사회에서의 대량 생산은 대규모 시장을 필요로 하는데, 미국의 실업가인 포드가 이 사실에 주목하여 대량 생산 체계를 만들어 냈다. 1913년, 포드가 미시간 주에 설립한 공장에서는 T형 포드 자동차 한 종류만을 생산하였는데, 이 작업에서 작업 속도, 정밀도 및 조작의 간편화에 맞추어 설계된 전문화된 작업 용구와 기계가 사용되었다. 포드 공장의 조립 라인에서 각 노동자들은 차체가 라인을 따라 움직일 때 각기 특정한 업무를 맡게 되었다. 이러한 방법으로 생산 효율성의 극대화는 이루어졌다. 하지만 포드 조립 라인은 곧 결근률과 이직률의 급격한 증가라는 문제점에 직면하였다. 
  2. 화웨이는 2015년 스마트폰 시장의 역사를 통틀어 노키아, 삼성, 애플을 이어 네 번째로 연 출하량 1억 대를 돌파했다. 

Posted by J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