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V하면 CJ E&M을 떠올리는 것이 당연시 되었지만, 현재의 독주 체제 이전의 CATV는 작은 개별 채널 사업자들로 이루어진 춘추전국시대였고 그만큼 치열한 경쟁 속에서 별다른 광고 수입없이 개별 매체로서의 역할을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전 대표적인 케이블 채널하면 떠오르는 Mnet, Olive, Style On은 각 채널들이 표방하는 타깃에 해당하는 사람들의 전유물이었다. 채널별로 명확한 주제가 존재했고 24시간 해당 주제에 관한 방송만 하기 때문에 해당 토픽에 관심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한 니치 전략으로 매체로서의 역할을 이어나갔다. 또다른 어려운 점은 매체 광고비 수익이 나지 않아 지상파 대비 스타성이 있는 출연자는 물론, 컨텐츠 기획력이 있는 제작자 섭외도 어려워 이는 곧 낮은 컨텐츠 질로 이어졌다.

tvN의 성공

<tvN의 위상을 바꾼 ‘응답하라 1997’>

지금은 이런 CATV의 과거가 무색해 보인다. 최근 CATV의 잇다른 성공과 열풍에는 tvN이 중심에 있다. 한명의 시청자로서는 조금 극단적으로 2012년 방영된 ‘응답하라 1997’ 이전과 이후로 나누고 싶다. 당시 ‘응답하라 1997’은 화요일 11시에 방영되는, 큰 기대없이 편성된 드라마였다. 흥행력있는 스타는 물론 없었고, 이런 상황에서 오히려 신원호 감독이라는 카드가 오히려 더 언론의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이 드라마의 성공으로 tvN은 매체 광고 시장에서 또 다른 지상파로 인정을 받고 있다.(실제로 tvN의 주요 슬롯 광고비는 이미 지상파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이후에도 현재 방영중인 ‘미생’까지 tvN은 매년 1개 이상의 빅히트를 내 놓고 있고, 지상파는 오히려 ‘본방사수’라는 시청 트렌드가 줄어들면서 시청률을 꾸준히 잃고 있는 반면에 지금 미생은 7%가 넘는, 어지간한 지상파 미니시리즈보다 높은 시청률을 보이고 있다.(일반적으로 CATV은 1%가 넘으면 성공, 3%가 넘으면 대박이라고 평가한다)

예능? 다큐? ‘삼시세끼’

<금요일밤 10시는 나영석PD 예능 슬롯?>

조금 더 자세히 얘기하고 싶은 것은 나영석PD가 연출한 ‘삼시세끼’라는 예능이다. 여전히 예능은 지상파 흥행력이 매우 높다. 주요 예능들의 방영 시간이 시청자 연령이 높은 밤시간과 주말 저녁에 집중되어 있고, 연결성이 부족한 컨텐츠 특성상 섭외력 측면에서도 우위에 있는 지상파가 유리하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삼시세끼’ tvN 예능의 성공, 아니 대박은(12/19 시청률 8.9%) 주목해 봐야할 것 같다.

뛰어난 기획력으로 유명한 나영석PD가 최근 힘을 뺀 예능으로 연이은 성공을 하고 있다. 예능 트렌드가 이렇게 흘러간다? 보다는 이 트렌드를 나영석PD가 주도하고 있음을 눈여겨 보고 싶다. 지상파에서 잘 짜여진 예능 기획으로 유명한 PD가 최근 CJ E&M으로 적을 옮기면서 버라이어티 요소를 제거하고, 가급적 자연스러운 상황속에서 개별 출연자의 캐릭터를 강조하는 방식으로 재미 요소를 바꾸고 있다. ‘꽃보다’ 시리즈가 그랬고, 이번 ‘삼시세끼’도 그렇다. 그가 잘 짜여진, 다소 피곤한 지상파 예능 공식에 피로감을 느꼈는지, 아니면 다음 예능 트렌드로서 제안을 하는 것인지 확실하지 않지만, 흥행이라는 눈에 보이는 결과는 확실해 보인다. 내부에서도 그의 이런 시도들이 인정 받는 것이 얼마전 직접 CJ E&M으로부터 받은 매체 바잉 가이드에 따르면 ‘삼시세끼’ 후속작은 나영석PD 슬롯으로 편성되어 있으며, 이 슬롯을 ‘나영석PD의 삼시세끼 후속 예능’이라고 이름을 붙여서 비싼 가격에 팔고 있다.

앞서 본 드라마는 물론 최근 예능의 성공까지, 과거 니치 타겟 위주의 시청자로 저렴한 매체 운영을 통해 유지되던 CATV가 이제는 오히려 지상파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오랜시간 지상파 채널의 과제였던 젊은 채널로의 변신을 오히려 CJ E&M이 먼저 달성했다고 평가하고 싶다.

‘다르다’는 것

광고에 트렌드는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어느 기업이건 비싼 매체비를 태우면서 보여주고 싶은 것에 대한 욕심은 다르지 않다. 물건을 직접 만든 입장에서 얼마나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을 것인가.

지상파 예능도 이와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비싼 게스트 불러놓고 재밌는 상황을 만들고 싶은 욕심이 얼마나 컸을까. 하지만 나영석PD는 상황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힘을 빼는데 최선을 다했다. 억지스러운 상황보다는 자연스러움 속에 나타나는 개별 출연자의 캐릭터를 이용해 재미요소를 만들었고, 이는 시청자가 가장 궁금해하는 출연자의 실제 모습을 꽤나 설득력있게 보여주면서 흥행에 성공할 수 있었다.

기업의 광고도 30초에 담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다. Manufacturer voice는 목소리만 클 뿐 신뢰도가 없어, 자주 듣지만 그에 반해 설득력이 없다. 힘을 뺀채로 자연스럽게 제품을 전달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때다. 주요 대기업의 전체 마케팅 비용 중 매체비가 70%에 달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어보인다. 이 고민의 시작은 TVC 집행이 맞는 것인지, 맞다면 지상파/CATV 채널믹스를 어떻게 가져가야 할지, 그리고 크리에이티브 Tone&Manner의 변화까지, ‘다른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Posted by J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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