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시장에서 기술의 자리는 점차 감소되고, 이미지가 기술의 빈자리를 채우고 있다. 상품기획과 R&D에서 난리칠만한 소리지만 실제로 그렇다. 기술은 대체 가능하고, 모든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니다. 기술은 소비자에겐 경험이 되어야 의미가 있고, 그 경험이 소비자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시킬때 RTB(reason to buy)가 된다.

하지만 이것도 상당히 초기 시장에 한해 맞는 말이다. 시장이 성숙함에 따라 경쟁자는 증가하지만 그 경쟁자들이 제공하는 경험은 오히려 점점 같아진다. 시장이 성숙해 진다는 의미는 소비자의 니즈가 점차 뚜렷해 진다는 의미이자, 기업이 제공해야할 경험에 대한 consensus가 수렴해 간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기술은 신시장을 열 수 있는 열쇠지만, 아쉽게도 열쇠의 주인이 그 방의 주인이 되는 것은 아니다.

방의 주인은?

물론 문을 열어봤더니 나 하나 겨우 들어갈 공간밖에 없어서 그 방의 주인이 되는 경우도 있다. 누구에게는 이러한 일들이 행운일 수도 있지만, 아쉽게도 대기업에서 마케팅을 하는 나로서는 재앙에 가깝다. 마케팅 비용이라는 것이 예상 물동과 이를 통한 매출액을 기준으로 산정될 뿐 아니라, 애초에 물동이 뒷받침 되지 않는 제품은 출시조차 되지 않는다. 대기업에서는 한명이 들어갈 수 있는 방은 필요없다. 기술은 일종의 시장으로 향하는 문을 열기위한 열쇠일 뿐, 방을 들어서면 이미 많은 사람들이 같은 열쇠(혹은 이 문을 열 수 있는 다르게 생긴 열쇠)를 갖고 있다. 이 방의 주인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 것인가?

스마트폰 시장을 예로 설명해보자. 살펴볼 수록 참 재미있는 시장이다. 보급율이 80%를 넘어 성숙기, 이제 쇠퇴기에 접어들었다고 평가를 받는 시장, 하지만 제품 교체 주기가 짧아지면서 시장은 성장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 동시에 시장의 요구는 성장기의 형태를 보여 ‘성능, 최신’과 같은 일차원적인 기술적 니즈가 여전히 주요하게 작용하고 있다. 최근들어 디자인과 같은 감성적인 요소에 대한 요구가 늘어났고 동시에 이에대한 수요도 증가하고 있지만, KBF는 여전히 가격이 최우선으로 나타난다. 한마디로 기존 PLC의 잣대로 평가하기 어려운 시장이다.(왜 이런 모습을 보이는지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제품 자체가 네트워크 효과도 아니고 그냥 네트워크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다음에 이에 대해 따로 다루기로 한다)

이렇게 재밌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열쇠를 가진 기업은 상당수 존재한다. 오랜시간 갖고 있었던 기업도 있고, 또 최근들어 열쇠가 생긴 기업도 있다. 시장이 생겨난 후 이렇게 오랜시간에 걸쳐 꾸준히 누군가 진입하는 시장은 상당히 드물다. 그리고 더욱 주목할 점은 이렇게 새로운 진입자들이 주인이 되기위해 달려들 만한 시장임에도 주인은 바뀌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인들에게 아래와 같이 물어본 적이 있다.

특정 브랜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사람을 떠올리면?

아이폰 사용자의 경우는 ‘음악, 예술, 그림, 춤, 디자인, 창조, 광고’와 같은 단어부터, ‘음질에 민감해 비싼 이어폰(헤드폰)을 쓸 것 같다’, ‘그림을 잘 그릴 것 같다’와 같이 연상되는 이미지까지 현재 아이폰을 쓰고 있던, 그렇지 않던 쉬지 않고 아이폰 사용자에 대한 생각을 늘어놓을 수 있었다.

삼성 사용자에 대해서도 ‘정장, 대기업, 구두, 안경, 아빠, 안전’ 등의 단어와 함께, ‘시간관리를 철저히 할 것 같다’, ‘고지식 할 것 같다’, ‘재미 없을 것 같다’는 아이폰 사용자와 철저히 구별되는 이미지에 대해 자신있게 이야기 할 수 있었다.

반면 LG에 대해서는 ‘아이폰처럼 음악이나 예술같은 것도 아닌거 같고… 그렇다고 삼성처럼 고지식한건 아닌데… 가격에 민감한 아줌마들?’이라고 말한 대답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 LG에 다니는 누군가는 이렇게 지인이 말했을 때, 아줌마들은 아니라고 해서 진짜 다행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반대다. 아줌마들조차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이 더 불행한 일이고, 이 때문에 3위라고 부르기도 창피한 3위를 하고 있는 것이다.

User Image

다양한 제품들이 비슷한 경험을 제공할 때 사람들은 제품이 갖고 있는 유저이미지를 구매한다. 과거 피쳐폰을 살펴보면 당시 스카이는 ‘젊은 옷 잘입는 여성’의 이미지를 갖고 있었고, 스타택은 ‘자기 관리가 철저한 사회생활을 잘 해내는 남성성’을, 그리고 애니콜은 ‘아빠들이 쓰는 폰’으로 각기 다른 영역에서 확실한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

재미있는 것은 실제 각 브랜드를 구입한 집단을 살펴보면 시장에서 형성된 이미지와 비슷한 사람들이 그대로 제품을 구매했다. 즉, 제품이 주는 이미지대로 결국 구매까지 이어지는 것이다. 소비자가 제품군에 대한 이해가 높으면, 각 브랜드를 사용하는 유저 이미지를 근거로 자신을 투영해 자신과 맞는, 혹은 갖고 싶은 이미지를 구입하게 되는 것이다.

 LG의 문제는 ‘가성비’ 폰이라고 불리는 것이 아니라, 그 폰을 쓰는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전혀 상상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즉 유저이미지가 존재하지 않아 소비자는 확신을 갖고 그 제품을 구입할 수가 없다. 유저이미지 형성을 위한 노력이 시장 후발주자로서 감내해야만 하는 장애물은 결코 아니다. 다만 지금까지 유저이미지 형성을 위한 노력없이 제품 소개에만 치중해 온 탓이다. 삼성의 마케팅커뮤니케이션 사례들을 보고 있으면 애플의 후발주자로서 유저이미지 형성을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많은 돈을) 쏟아부었는지 알 수 있다. 대표적으로 ‘The Next Big Thing is Here’ 캠페인을 통해서 시장에 존재하는 기존 아이폰 유저들과 앞으로 삼성을 사용한 유저들과의 선 긋기를 시작했고, 이어지는 TVC를 통해서도 자유로운 아이폰 유저의 이미지를 희화화하면서 동시에 삼성 유저들의 합리적인 모습을 묘사해 그들만의 유저이미지를 지속적으로 쌓아나갔다.

반면 LG의 경우에는 후발주자로서 오랜 시간 동안 manufacturer voice를 통해 NPI(new product introduction) 활동에만 집중했고, 각 모델의 초기 인지도 확보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으나 결국 모델 교체 주기마다 이를 반복적으로 해야하는 숙제를 안게 된 것이다.

올해 아이폰6, 그리고 6+를 발표하면서 많은 사람들과 언론에서 더 이상 애플에 혁신은 없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스티브잡스가 처음 아이폰을 소개했을 때처럼 이후 후속 아이폰 모델에서도 이정도의 혁신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사실 애플은 더 이상 혁신이 필요한 기업이 아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혁신을 한다면 그것은 애플이 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는 점이고, 그런 애플을 사용한다는 것이 본인을 좀 더 창의적으로, 적어도 그렇게 보이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소비자가 아는 것이 더 중요하다.

LG가 말했어야 하는 것은 스마트폰에 최초로 탑재한 OIS(optical image stabilization) 카메라가 아니라, 가족을 사랑하는 살림 잘하는 아줌마가 카메라에 대해서 하나도 모르지만 아이 사진을 예쁘게 찍어두고 싶은, 억척스럽고 좀 촌스럽지만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쓰게 되는 폰이라는 유저이미지였다.

Posted by J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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