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보면 음악만큼 평생에 걸쳐서 꾸준히 즐길 수 있는 것이 있을까. 초등학교 4-5학년 때 쯤으로 기억하는데 처음으로 부모님께 휴대용 카세트 플레이어를 선물로 받았을 때를 시작으로 대학생, 그리고 사회인이 된 지금도 주머니 한 쪽에는 꼭 이어폰이 들어있다. 꼭 음악이 취미일 필요도 없다. 영화는 물론이고 드라마를 보더라도 우리는 알게 모르게 항상 음악을 듣고 있다.(글을 쓰다보니 CG의 기고글에서 말한 장르를 불문하고 감동을 극대화하기 위한 배경으로서 음악의 역할에 대한 이야기가 떠오른다)

‘취미’말고 ‘그냥’ 듣는 음악

하지만 필자는 솔직히 말해서 음악 감상이 취미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냥 그때 들리는 음악, 드라마에서 보거나 영화에서 들은 음악 중 다시 듣고 싶은 것들을 넣어놓고 시간날 때, 그리고 대부분은 ‘그냥 소리가 필요할 때’ 틀어 놓는다. 스스로도 좀 이상하게 생각하는데 아무 소리도 안들리는 적막함이 오히려 집중에 방해가 되는 경우가 있다. 어설픈 적막함은 오히려 시계, 냉장고, 멀티 어댑터 같이 평소에는 전혀 들리지 않던 white noise에 귀를 기울이게 만드는 것 같다. 그래서 음악을 듣기 위해서가 아니라 적막함을 깨기위해 자주 음악을 듣는다.

그런 사람에게 좋은 오디오가 무슨 필요가 있을까. 그저 한동안 기계적인 호기심으로 이것 저것 잠깐씩 사용한 적은 있지만, 오디오 그 자체에 그렇게 흥미가 생기지는 않았었다. 무엇보다 음악, 그 자체를 듣는 것이 목적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랬던 것 같다.

음악이 필요한 시간.

슬프게도 왜 이렇게 눈이 점점 피곤해 지는지 모르겠다. 예전에는 이동 중인 차에서 작은 글씨의 책을 읽어도 전혀 그런 것이 없었는데 요새는 쉽게 눈이 피로해 진다. 회사에서 하루 종일 컴퓨터 화면을 봐서 그런지… 자연스럽게 음악을 듣는 시간이 점점 많아진다. 눈은 피로하고 그렇다고 잠을 잘 수 있는 시간도 공간도 아니라면 음악만큼 좋은 것이 없다. 기분에 따라 맞는 음악을 틀어놓고 눈감고 듣고 있으면 기분이 꽤 좋아진다. 그렇게 점점 듣는 즐거움에 대해 관심이 생겼다.

Shure SE846

트리플파이

특성없이 균형잡힌 것이 장점이면서 동시에 단점으로 느꼈던, 트리플파이.

기계적인 호기심으로 과거에 여러 헤드폰과 이어폰은 많이 써봤었다. 브랜드 별로 대략적인 성향도 알고 있고, 흔히들 말하는 가성비가 좋다는 트리플 파이 같은 누구나 한번은 써보는 그런 제품들은 골고루 사용해봤다.

개인적으로는 보컬에 집중할 수 있는 세팅을 선호한다. 오디오 잡지나 리뷰 사이트를 보면 좋은 이어폰을 선정하는데 있어 다양한 악기들이 선명하게 구분되고 특히나 악기 중에서도 유달리 하이햇의 작지만 경쾌한 소리가 얼마나 잘 들리는지 집착하는 것 같은데, 필자는 그냥 대중 음악만 들어서 그런지 보컬이 깨끗한게 좋다. 그리고 착용감부터 이전에 사용한 같은 브랜드 제품의 성향 등 이것저것 따지다 보니 Shure SE846을 고르긴 했는데 개인적으로 느끼는 만족에 비해서 주변에 추천은 잘 하지 않는 편이다. 이어폰 만큼 개인적인 성향이 갈리는 제품도 드문 것 같다. 정말로 들어보기 전까지는 모른다. 그것도 한참은 들어봐야 된다. 그리고 청음할 때 보면 종종 볼륨을 50%도 사용하지 않고 듣는 사람들이 많은데 Dare Davil이 아니라면 그렇게 들어서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다.

Once OST

영화 Once OST – “Say It To Me Now”

필자가 Shure SE846으로 결정하게 된 계기는 Glen Hansard ‘Say It To Me Now’를 들었을 때였다. 청음에 적합한 다른 노래가 얼마든지 많지만 리뷰를 하기 위해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평소에 좋아하는 음악을 얼마나 다르게 들을 수 있는가가 중요했기에 실제로 자주 듣는 노래를 들어본다. 다른 노래에서는 평이하게 들렸는데 유독 ‘Say It To Me Now’를 듣고서는 완전 반하고 말았다. 기타와 몇 가지의 단순한 악기 그리고 목소리의 조합만으로 이뤄진 노래지만 Shure SE846에서 들려주는 의외의 공간감에 놀랐다.

헤드폰이 아니라 이어폰을 선호하는 이유.

공간감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헤드폰을 잘 듣지 않는 이유와도 무관하지 않은데 단순히 무겁고 부피가 커서 휴대가 어렵다는 단점 외에도 헤드폰이 갖는 기기적 성향이 개인적으로는 편하지 않다. 헤드폰은 어쩔 수 없이 머리를 울림통으로 사용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즉 음악이 내 머리 속에서 연주되는 기분이다. 이런 기분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필자는 그런 울림이 상당히 피곤하다.

그런데 SE846으로 아주 단순한 이 노래를 들으면서 느낀 것이 마치 내 머리 뒤에서 연주하고 노래를 부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머리 속을 울림통으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양쪽 이어폰이 소리를 반으로 갈라 미쳐 내가 느끼지도 못하게 각자의 부분을 정확히 연주해서, 머리 속이 아니라 걸어가는 내 뒤에서 계속 노래를 불러주는 기분이었다. 개인적으로는 머리속에서 들리는 음악보다 더 현장감있고 몰입도 더 잘 되었다.

이때 처음으로 좋은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는 것이 참 즐거운 일이라고 느꼈던 것 같다. 안들리던 악기가 들리고 복잡하지만 깨끗하게 들리는 구분감보다, 실제 연주되는 음악같은 거리감을 동반한 공간감과 모든 소리보다는 들어야 하는 소리에 집중이 잘되는 성향에 대한 선호가 많이 반영되었을 것이다.(사실 SE846과 비슷한 급의 이어폰에서는 선택의 기준이 단점보다는 선호하는 성향에 달려있다. Shure SE846을 객관적으로 보자면 베이스가 조금 강조되어 있고 반면 고음은 약간 flat한 경향이 있다. 이런 특징이 다양한 악기가 난잡하게 섞이는 것 보다는 백그라운드 역활을 하고 보컬이 잘 들리길 바라는 필자와 맞았던 것 뿐이다)

우리는 이미 모두 ‘음악 소비자’

Shure SE846

아이패드 프로와 이어폰만 있으면 어디서든 완전 고립된 환경에서 작업할 수 있게 해준다.

눈이 쉽게 피로해져 점점 음악을 듣는 시간이 늘어났는데, 더 나중엔 이어폰으로 인해 귀도 피곤해지는 날이 오지 않을까. ‘글’과는 다르게 ‘음악’은 누구나 만들기에는 진입 장벽이 너무 높다. 다만 소비하는 거에 있어서는 ‘글’보다도 더 쉽게 소비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컨텐츠임이 분명하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이미 평생을 음악을 소비하면서 살게끔 되어있다. 그렇다면 그 경험을 조금 풍부하게 만드는 방법(투자)도 고민해 볼 만 하다는 생각이다.

Posted by J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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