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ple은 엄청난 매체비를 쓰고있는 것 같다. TV만 틀면 Apple이 나온다. 비싼 돈으로 TVC 제작을 했으면 Apple처럼 좀 과감하게 집중 투자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하는 일이 마케팅이다 보니 친구들끼리 모이면 본인들이 보고 들었던 마케팅 활동들에 대해서 리뷰해 주기도 하고, 또 제안을 해주기도 한다.(당연히 대부분 말이 안된다) 그러다 얼마전 위와 같이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길래 한번쯤 글을 쓰면서 정리해보고 싶었다.

<2014년 1-3분기 국내 TOP10 지상파 광고주>

위 리스트는 국내 지상파 대형 광고주 순위이다. 한마디로 TV 매체에 가장 돈을 많이 쓴 기업 순위이고, 이는 곧 TV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 광고 순위이기도 하다. 보면 알겠지만 TOP 10 안에 Apple은 포함되어 있지도 않다. 크게 기업들을 분류해보면 아래와 같이 네 그룹으로 분류가 가능하다.

  • IT제조 : 삼성전자, LG전자
  • 통신사 : SK텔레콤, LGU플러스, KT
  • 자동차 : 현대, 기아자동차, 한국지엠
  • F&B : 동서식품, 한국코카콜라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경우 Apple과 달리 가전이 있어서 더 많이 집행하는 것이 자연스러워 보이지만 국대 두 기업의 마케팅 비용 중 IM(MC)가 차지하는 부분을 봤을 때 Apple의 매체비가 삼성대비 20%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은 극히 제한적으로 매체비를 운영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Apple 광고만 보인다고 느끼는 것일까.

국내 대기업 매체 운영

먼저 국내 대기업의 매체 운영 방식에 대해 보면, ‘효율성’이라는 한 단어로 표현할 수 있겠다. 마케팅 기획과 비용 집행이 분리되어 있는 대기업 특성상 모든 활동에 대한 ROI 측정과 평가는 필수일 것이고, 이는 매체 운영에서도 다르지 않다. 이를 위해 TRP 지표를 활용, 매체 운영 결과 측정 및 평가를 하게 된다. 실제로 대기업 매체 운영 파트에서는 ‘전년 대비 동일 매체비, 동일 TRP 달성’이 연간 목표인 곳이 대다수지만, 광고비 단가는 매년 상승하기 때문에 동일 TRP를 적은 비용으로 달성할 수 있는 효율성 운영을 하게 된다.

이러한 운영 방안대로라면, 시청률로 SA, A급 등으로 구분된 슬롯을 비용 감안하여 확보하고, 이를 통해 Reach N+ 목표 달성 가능한 최대 TRP 획득 가능한 방향으로 채널믹스를 한다. 실제로 최근 출시한 제품의 매체 운영 가이드를 소개하자면 아래와 같다.

‘Reach 3+ 한달간 1000TRP 달성, 출시 후 2주간 지상파 운영, 이후 2주 지상파/CATV 동일 TRP 획득 기준으로 운영할 것’

즉, 목표를 가장 최소한의 예산으로 달성하기 위해 가능한한 효율성 운영을 할 수 밖에 없다.

Apple 매체 운영 분석

앞서도 봤지만 Apple은 국내 TV 매체 시장에서 주요 광고주로 분류되지 않다. 특이한 점은 실제 광고 집행 예상 금액, 혹은 TRP 기준으로 타 기업과 비교할 경우 턱 없이 적은데 반해 오히려 사람들이 기억하는 광고는(내 친구가 기억하는 광고는) 결국 Apple이라는 것이다.

크게 ‘컨텐츠’‘매체 운영’ 두가지 이유를 통해 정리를 해보려 하는데 이번 포스팅은 매체 운영에 관한 것인 만큼 컨텐츠에 대해서는 나중에 좀 더 자세히 다루려고 한다.

첫번째는 많이 알고 있듯이 TV 광고 소재 그 자체에 있다. 현재는 많은 곳에서 쓰이고 있지만, Slice of Life 속에 제품의 UX를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tone & manner가 Apple의 대명사로 자리잡고 있고(실제로 소비자 조사에 따르면 이러한 T&M의 삼성광고를 Apple광고로 인지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 이후에도 제품 자체를 close-up하여 앞의 T&M와는 전혀 다르게 heuristic한 표현으로 다른 연출없이 제품만을 보여주는, 다소 과감하고 fancy한 광고로 유명하다. 따라서 적게 노출되더라도 인상적인 컨텐츠가 기억에 남아 지속적으로 상기된다.

두번째는 이번 포스팅의 주제인 매체 운영 방안에 있다. 앞서 말한대로 대기업에서 효율성 분석은 의사결정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하지만 Apple의 매체 집행 트렌드를 보면 효율성 지표를 기준으로 매체 운영을 하지 않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들의 매체 운영안은 다음의 한줄로 설명이 가능하다.

전 End, 중 CM, 후 TOP

즉, 프로그램 시작 바로 전 슬롯, 케이블의 경우 프로그램 중간 광고 슬롯, 그리고 프로그램 종료 후 첫번째 광고 슬롯을 집중적으로 바잉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파고 들면, 지상파에서 오후 7시 이전 집행은 절대 하지 않는 점 등 기술적인 부분들도 있지만, 이는 대기업에서도 제품 타깃과 TRP 타깃을 일치시키는 작업에서 일부 걸러질 수 있는 부분이고(물론 기술적으로 걸러진다는 것이지 이런 과감한 결정을 내리는 것은 힘들다), 예외적인 슬롯도 존재하지만 그 중 상당부분은 upfront 운영을 통한 보너스 슬롯일 가능성이 높다.

모두가 알듯이 위의 슬롯이 가장 좋다. 그래서 가장 비싸다. 당연히 프로그램을 보기 바로 직전 광고, 중간광고, 그리고 종료 후 첫광고가 보게 될 가능성이 제일 높다. 하지만 TRP 지표는 개별 광고 슬롯의 시청률을 측정하는 것이 아니라 프로그램의 시청률에 근거를 삼고 있기 때문에 같은 프로그램에 해당하는 광고 슬롯마다 다른 효과를 TRP는 온전히 반영을 못하고 있고, 이에 반해 슬롯 바잉 비용은 이를 과대 반영하고 있다. 따라서 이 슬롯을 국내 대기업은 ‘바른’ 의사결정을 통해서는 바잉할 수가 없다. Apple이 어떤 의사결정 구조를 갖고 이렇게 운영하는지 모르겠지만, 본사에서 내려오는 일종의 가이드가 있는 것으로 보이며,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국내 대기업의 매체 운영을 ‘효율성 운영’이라고 한다면 Apple은 ‘임팩트 운영’이라고 이름 붙일 수 있겠다. 한번을 노출 시키더라도 TV에 집중력이 남아 있는 시간에 확실하게 한번 노출하겠다는 것. 국내 기업은 이를 알고도 임팩트를 측정할 수 있는 공통 지표가 없기 때문에 따라하기 힘든 운영안이다.

Apple의 ‘임팩트 운영’이 정답?

Apple이 정답인가. 국내 대기업이 효율성 지표를 기준으로 운영하는 것은 직접적으로 비용 효율성과 연결되고, 이는 곧 많은 노출량을 확보하는 전략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이 전략은  awareness 확보라는 목표하에 생겨난 것이다. 국내 주요 대기업 두군데의 Brand Funnel을 살펴보자.

<Samsung, LG 2014년 3분기 Brand Funnel>

두 기업 모두 awareness가 97% 이상의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즉 이미 제품에 대한 인지도는 충분하게 확보가 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두 기업의 위상이 그만큼 높고 시장에서의 관심도 높다는 점, 그리고 점차 온라인 매체(포탈, 뉴스, 블로그 등)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TV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점차 줄어들고 있지만, 다른 vehicle을 통해서 동일 수준의(오히려 그 이상의 수준으로 구체적인) 제품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따라서 Brand Funnel 상 awareness, 그 다음 단계의 병목을 줄이는 것이 두 기업 모두 최우선 과제일 것이다.

전통적으로 TV 매체는 인지를 위한 vehicle이었다. 이를 Apple은 일찌감치 ‘임팩트 운영’이라는 방향으로 색다르게 활용하고 있고, 국내 대기업은 여전히 인지도 향상을 위한 ‘효율성 운영’을 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타깃에 따라 인지가 최우선 과제가 될 수도 있겠지만, 마케팅 인덱스 상 손쉽게 확인가능한 병목을 제거하려는 새로운 TV 운영 방안, 혹은 다른 매체로의 광고비 집행 비중의 변화를 고려해 봐야할 때가 아닐까.

Posted by J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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