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에서 검증된 원작의 캐릭터와 스토리를 그대로 잘 살린 것만으로도 tvN은 하반기 미생으로 다시 한번 대박을 터뜨렸다. 이쯤되면 CJ E&M에서 하는 자사 브랜드 캠페인 광고가 설득력있게 들릴 정도다. 채널을 장악한 지상파 주도의 방송 산업을 컨텐츠를 통해 잘 극복해 나가고 있다. (물론 지상파 대비 그렇다는 것이지 CJ는 미디어 괴물이다)

연말에 오랜만에 만난 사이에서도 어색하지 않게 ‘요새 미생봐?’라는 질문으로 자연스럽게 대화를 시작할 수 있게 해주었던 고마운 ‘미생’이란 드라마에 대해서, 특히나 드라마 만큼 이슈가 많이 되었던 PPL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자.

PPL (Product Replacement)

정확히 언제 PPL이 마케팅의 한 툴로서 사용되었는지는 알기 어렵다. 다만 대다수가 기억해 낼 수 있고 공감할 수 있는 사례로 스티븐 스필버그의 ‘ET’를 들 수 있겠다. 꽤나 여러번 본 기억이 나는데 본 사람은 다들 기억하듯이 극적인 부분에서 나오는 허쉬의 초코볼은 영화가 끝난 후에도 묘하게 기억에 남게 된다. 실제로 개봉한 후 3개월 동안 매출이 65% 급증했다고 한다. 실제로 허쉬사에서 이에 대해 비용을 지불했는지 확인할 순 없지만 최초로 PPL의 효과를 증명한 사례라고 봐도 좋을 것 같다.

최근에 PPL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고 있는데 그 이유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마케팅에 대한 피로감이 높아지고 있다. TV매체 뿐만 아니라 대다수의 마케팅에 대해 소비자는 광고인지 정보인지 구별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되었다.(어떻게 아는 건지 모르겠는데 한 친구는 맛집을 검색하다 블로그 몇 줄만 읽고도 광고라고 뒤로가기를 누른다) 기존 vehicle을 통해 단순 awareness는 획득할 수 있겠지만 consideration으로의 연결은 커녕 familiaty로도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 따라서 가급적 자연스럽게 제품을 전달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게 되었고, 그 결과 기업 주도형 컨텐츠가 아닌 것을 통해 제품을 보여주는 방안으로 PPL을 택하고 있다.

반면 기업입장에서는 효과 측정이 용이하고 유리하다. 가장 기본적으로 드라마 한편을 PPL 협찬한다고 가정할 경우 매체비를 제외하고도 TVC 제작비 보다 낮은 금액으로 협찬이 가능하다. 미니시리즈의 경우 16편을 가정하면 약 2달간 제품이 방송을 타게 되는 것이다. 또한 비용 효율성은 물론이고 드라마의 경우는 작가와 출연진을 확인하면 흥행의 정도를 예측할 수 있기 때문에 전문적인 지식없이도 안정적인 시청률 확보 가능한 드라마 선정이 쉽다.

TV 시청률이 감소하고 있다. 프로그램을 TV 앞에 앉아서 시청하는 사람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다들 다양한 루트를 통해서 프로그램을 다운 받아서 각자 편한 시간에 시청하는 것이 더 일반적인 시청형태가 되었다. 이렇게 되면서 TVC를 프로그램별로 타겟을 설정하고 비싼 매체비를 태우면서 운영하는 것이 점차 의미없게 되어버렸다. 인기 많은 프로그램의 슬롯을 바잉하는 이유는 사람들이 많이 보기 때문인데, 이 많은 사람들 중의 대다수가 프로그램을 다운받아 보고 있고, 단언컨데 그 중 단 한 사람도 프로그램 앞뒤의 광고까지 다운받아 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따라서 시청자에게 제품을 보게 만들려면 광고로는 부족하다. 프로그램 안에 심어두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법이다.

하지만 실제 PPL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마케팅 실무 입장에서는 PPL에 대해 다소 부정적인 의견이 많다. 위에서 언급한 첫번째 효과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보면, 컨텐츠를 통해 자연스럽게 제품이 노출되는 것은 맞지만 실제 소비자에게 제품이 각인이 되는가 의문이다. PPL 협찬을 할 정도의 기업을 생각해보면 생각보다 많지 않은 것을 알 수 있다. 이전 포스팅의 지상파 광고주 TOP10 순위 기업정도. 하지만 이들이 만드는 제품을 비교해봤을때 외관이나 사용성에서 타사 대비 확연한 차이를 갖고 있는 것을 찾기는 어려워 보인다. 가령 드라마를 보다가 TV가 나오는데 그것이 삼성 것인지, LG것인지는 내부 인원이 아니면 구분이 어렵다. 여기에는 현재 ‘KOBACO’와 ‘미디어크리에이트’의 심의 규정도 큰 역할을 하는데, 지상파에서는 제품 로고가 나올 수 없다. (많은 경우 모자이크로 노출되는 경우를 봤을 것이다) 제품 로고의 노출이 필요하다고 하면 회당 2,000~4,000까지 정도의 간접광고비를 추가 지불해야 한다. 또한 전체 프로그램 시간의 5%이상 노출이 불가능하고, 전체 화면의 1/4을 넘을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시청자가 드라마를 보다가 불과 3초도 채 나오지 않는 컷들을 보면서 제품에 대해 인지하고 호기심까지 연결시킬 수 있을 것인가?

대기업에서는 ROI 측정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 적이 있다. 그런면에서 실무입장에서는 PPL이 참 편한도구다. 일반적으로 PPL의 광고효과를 측정하기 위해서 프로그램 전후 CM의 매체비를 프로그램에 노출된 제품의 노출 초수에 맞게 환산해 측정한다.(가장 이해하기 쉬운 측정법으로 설명한다) 이러한 방법으로 효과 측정시 일반적으로 약 15-20배 정도의 광고 효과가 측정된다. 이 지표가 사실인가? 조금만 생각해보면 저 짧은 효과 측정 방법을 설명하는 한 줄에 얼마나 많은 가정이 필요한지 깨닫게 될 것이다. 대기업 관리자 그 누구도 모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이 들면서, 아마도 실무 입장에서 PPL의 역할은 내부 selling에 좀 더 중점을 두고 있지 않나 싶다.

그리고 너무 비싸다. 불과 2년 사이에 약 50% 가량의 금액이 상승했다. 말도안되는 광고효과 산출법으로 봤을 때는 저렴한 가격일지도 모르지만 광고수단이 PPL만 있는 것이 아니고 ATL, BTL, Online, PR 등등 다른 마케팅 툴과 비교하면 굳이 PPL을 할 필요가 없다고 느껴질 만큼 너무 비싸다. 그리고 더 비싸지고 있다. 프로그램의 경우 누가봐도 좋은 프로그램을 협찬하고 싶어한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경쟁 bidding의 형태가 되고 자연스럽게 금액이 상승하게 된 것이다. 여기에 가장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삼성과 LG의 모바일 사업부이다. 조금만 물러서서 보면 사실 제작사 입장에서 스마트폰은 어디서든 등장하기 때문에 반드시 두 기업 중 하나의 협찬을 받아내야 한다. 따라서 제조사나 제작사나 어느 하나 강자가 되기는 어려운데 지금은 제작사가 주도권을 확실히 잡고 있다.

‘미생’의 PPL

CJ E&M 드라마는 현재 LG전자 모바일 사업부와 연간 계약 형태로 협찬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그래서 케이블은 틀기만 하면 LG 스마트폰이 나온다. 정확히 어느정도의 금액에 계약이 이뤄졌는지는 알 수 없지만 아마도 내년에는 삼성이 가져가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이번 LG는 CJ E&M과의 계약을 통해서 광고 성과는 물론 CJ와의 관계적인 성과 측면에서도 좋은 판단을 했다고 생각하는데 삼성이 이를 가격 경쟁을 통해서든, 다른 어떤 방법을 통해서든 안 가져갈, 그리고 못 가져갈 이유가 없어보인다.

미생을 좀 재밌는 사례로 보고 싶은 것이 PPL의 주도권을 제조사로 돌릴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이번 미생으로 한번 더 케이블 흥행력을 증명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번 미생의 사례로 주도권이 제조사로 넘어가게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케이블 드라마의 경우에는 제작 협찬 형태로 PPL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 3%가 넘는 드라마를 대박이라고 하는데 실제로는 많은 드라마가 0.1% 시청률도 달성하지 못하고 있어서 기획 단계부터 협찬사를 구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미생의 경우 CJ E&M과의 미팅에서 확인한 바로만 15군데 정도의 계약이 되어있다고 한다. 미생이라는 컨텐츠의 힘인가 싶은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PPL 진행 방식이 변화했음을 알 수 있다.

기존에는 프로그램별로 계약을 맺어서 전체 회차에 대해 노출이 되었는데, 드라마의 흥행 여부를 알 수 없는 시점에서 초기 드라마의 반응을 보고 중간 중간 계약을 통해서 들어간 것이 많았다. 일반적으로 한 드라마 안에서는 동일 업종 기업은 중복으로 노출될 수 없다. 그래서 제조사는 울며 겨자먹기로 전체 회차에 대한 계약을 비싸게 할 수 밖에 없었는데, 케이블에서 시작한 이런 방식이 지상파로 확대되지 말란 법이 없다. 이런 변화의 제일 큰 문제는 경쟁 업체끼리 같은 생각을 해야하는데, 꼭 합의가 이뤄지지 않더라도 삼성, LG 중 한곳만 반년정도 PPL 물량을 완전 빼버리면 가격 거품이 빠지는 것은 물론이고, 미생과 같은 협찬 방식의 변화도 얻어낼 수 있을 것이다.

Footage 광고 활성화

또 한가지는 단순 온셋 배치나 크리에이티브 배치 형태의 기존 PPL 뿐만 아니라 footage 광고가 활발해진 점이다. footage 광고란 방영된 프로그램의 일부 장면을 편집하고, 자막을 채워넣어 클라이언트의 광고로 활용하는 것이다. 기존 PPL 계약의 경우에는 일종의 클라이언트에 제공하는 서비스 형태로 footage 광고가 제공되었다. 하지만 제작 협찬사를 얻기 어려운 케이블 제작사는 초상권 협의만 되면 추가 제작비 부담이 없는 footage 광고를 팔아 협찬비의 빈자리를 메꾸고 있다.

지상파에서 footage 광고가 활성화되지 않는 것은 초상권 협의의 어려움이 가장 크다. 하지만 케이블 드라마의 경우에는 일부 연기자가 아니라 컨텐츠 자체에서 나오는 캐릭터를 통해 흥행하는 경우가 많아 초상권 협의가 다소 쉽고, 저렴하다. 더군다나 아직은 지상파에서 쉽게 볼 수 없는 형태기 때문에 기존 드라마 시청자라면 거부감없이 제품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아 이는 PPL 계약을 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할 마케팅 툴이다.

변화의 주도권

CJ E&M의 제작비 협찬을 위한 각종 고민들이 시장에서 먹히고 있고, 이것은 기존에 채널 주도권을 갖고 있었던 지상파 방송사들에게는 부담이 되고 있는 형국이다. CJ가 우연치 않게 광고 클라이언트 입장에 부합하는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데 아쉽게도 대기업에서는 새로운 마케팅 활동을 집행하기로 결정하는 것 만큼 기존에 하던 활동을 줄이는 데에도 만만치 않은 의사결정 허들이 존재한다. 개인적으로는 현재 여유없이 마케팅 비를 운영 중인 것으로 보이는 LG에서 먼저 변화가 있었으면 좋겠다. 변화는 시작한 기업이 주도권을 가질 수 밖에 없다. PPL뿐만 아니라 LG 모바일 사업부는 성공을 위한 힌트를 다른 제조업에서 찾을 것이 아니라 CJ E&M에서 발견했으면 좋겠다. 가장 가까이에서, 활용할 수 있는 살아있는 벤치마킹 대상이 될 것이다.

Posted by J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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