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진 연인에게 전화로 안부를 묻는 것 밖에 할 수 없는 마음과 이미 지나가버린 시간에 대한 슬픔을 노래한 아델Adele‘Hello’. 영국가수 아델의 새로운 앨범이 공개된지 몇달이 지난 지금도 타이틀 곡인 ‘Hello’가 여전히 사랑받고 있는, 특히나 한국에서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는 이유는 뭘까.

Adele-Hello-아델

나이에 맞지 않게 올드하다는 평도 있지만 가슴깊이 느껴지는 감동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물론 아델의 호소력 짙은 목소리와 또 거기에 어울리는 노래가 합쳐져 나오는 당연한 결과라고도 생각한다. 하지만 막상 아델의 노래를 듣는 사람이 얼마나 가사를 이해하고 있을까. 언어가 분명히 다름에도 불구하고 아델의 노래를 아주 많은 사람들이 흥얼거리고 따라부르는 모습을 보면서 문득 노래 속 가사가 음악에 있어(정확히는 음악을 통해 감동을 전달하는데 있어) 얼마나 큰 부분을 차지할까 생각을 하게 되었다.

‘말이 없는’ 클래식

대중음악의 가사가 때로는 감동을 가로막는 언어의 장벽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 봤을때, 성악을 제외한 대부분의 ‘말이 없는’ 클래식은 꽤나 international하다고 말할 수 있다. 대중가요처럼 우리에게 가사를 통해 감정 전달을 하지 않으며, 음악에 대한 상황 설명을 하지도 않는다. 이런 면은 클래식 음악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항상 그렇듯 가장 큰 장점은 누구에게는 동시에 가장 큰 단점이기도 하다)

말을 전달하는 화자가 없으며, 또 그가 속해 있는 상황에 대한 설명이 없다는 것은 곧 곡의 해석에 대한 자유가 듣는 사람에게 있다고 볼 수 있다.(클래식의 경우 일차적으로 곡의 해석은 musician에게 있다는 것이 또 다른 매력이지만 대중가요와의 비교를 위해서 음악 감상자의 입장으로 한정지었다)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의 ‘엘리제를 위하여’를 듣고 누군가는 그 엘리제가 누굴까라고 생각을 하며 멜로디에 담겨 있는 슬픈 사랑을 상상해 볼 수도 있고, 또 누군가는 가수 아이비가 노래에 샘플링으로 썼던 멜로디를 떠올리며 추억의 노래 ‘유혹의 소나타’를 떠올릴 수도 있다.

그의 모국에 대한 그리움은 수많은 폴란드 춤곡으로 표현되었다.

물론, 클래식 음악에도 직접적이진 않지만 음악의 설명을 돕는 보이지 않는 스토리와 배경이 존재한다. 클래식 음악에 숨겨있는 작곡가의 intention과 story가 대중가요의 가사 역활을 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폴란드 태생 작곡가 쇼팽Frederic Chopin은 당시 오래 지속된 전쟁과 여러가지 이유로 자신의 가족들이 있는 폴란드에 오랫동안 돌아가지 못하고 있었다.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그런 가족이 있는 자신의 모국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수많은 폴란드 춤곡인 Mazurka, Polonaise, Waltz와 같은 피아노 음악을 통해 표현했다. 이렇게 몰랐던 이야기를 알고 나면 한 번 더 듣게 되고 조금 더 감정이입이 되기도 하는게 클래식의 음악의 묘미인 것은 분명하지만, 설사 모른다 하더라도 작곡가의 진심을 담은 멜로디, musician의 오랜 고민을 통해 얻은 해석, 마지막으로 청자가 처해있는 상황의 조화로 만들어 내는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는 오히려 더 큰 감동을 만들어 주기도 한다.

‘말이 많은’ 대중가요

자이언티-양화대교

진심을 담은 가사의 힘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클래식 음악의 큰 매력이 ‘말이 없는’ 멜로디가 전해주는 감동에 있다면, 대중가요 속 가사만이 줄 수 있는 감동도 분명히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대중가요, 특히 발라드에서는 대부분이 헤어진 연인과의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최근에 독특한 개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가사로 감동을 주고 있는 가수 ‘자이언티’를 생각해보자. ‘양화대교’라는 지극히 개인의 경험적 소재를 통해, 담담하게 본인의 감정을 가사로 전달하고 있다. 소름돋는 가창력과 기교보다는 본인의 가사를 본인의 목소리로 차분히 이야기하는 것을 듣고 있으면 결국 가장 큰 감동은 한 사람의 진심에서 시작함을 느낄 수 있었다.

다만 외국인에게 자이언티의 ‘양화대교’를 들려준다면 우리가 느끼는 정서와 감동을 동일하게 느끼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멜로디와 목소리, 그리고 분위기를 통해서 가사의 의미에서 오는 감동과는 또 다른 감정을 느낄 것이다. 우리가 아델의 ‘Hello’를 듣고 느끼는 감동처럼.

음악(멜로디)은 감동을 위한 수단.

대중음악에 있어서 주인공은 화자(가수)다. 대중들 앞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가사를 통해 전달하고 이때 멜로디는 그의 경험을 극적으로 전달하게 해주는 배경음악의 역할을 한다.

반면 클래식의 주인공은 음악을 듣고 있는 청자다. 음악 속에서 뚜렷한 이야기나 가사가 존재하지 않지만 본인에게 주어져 있는 해석이라는 영역에서 자유롭게 스스로의 감동을 만들어 나간다. 여기서 멜로디는 스스로의 경험과 이야기를 감동으로 만드는 배경음악이다.

대중음악의 주인공을 노래를 부르는 가수로, 클래식의 주인공을 해석의 몫을 갖고 있는 청자라고 한다면 여기서 음악은 동일하게 각 장르에서 주인공의 감동을 극대화하기 위한 뛰어난 연출이라고 생각한다. 대중음악을 다른 사람의 경험을 통해 감동을 전해주는 ‘소설’과 비슷하다고 한다면, 클래식은 자신의 경험 속 이야기를 생각하게 하는 ‘자서전’에 비유할 수 있지 않을까.

결국 언어의 장벽이 있는 대중가요든 비교적 덜한 클래식 음악이든 한가지 사실만큼은 같다. 음악만큼 사람의 마음을 거짓없이 나타낼 수 있는 건 없다는 것. 그 속에 담겨 있는 진심의 크기만큼 전해지는 감동의 크기도 커진다는 것은 모든 음악이 갖고 있는 공통적인 속성이다.

Posted by CG

One Comment

  1. […] ‘말이 없는’ 클래식 음악의 힘이 참 대단하다고 느끼는 것은 아직도 우리나라에서는 대중적이지 않은 음악 장르임에도 생각보다 흔하게 접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전 포스팅(‘말이 많은 대중가요, ‘말이 없는’ 클래식)에도 언급했듯이 해석의 몫이 청자에게 있는 클래식 음악의 특성에서 기인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크리에이티브 적으로도 기존에 존재했던 해석과 전혀 다른 장면에 클래식을 삽입함으로써 반전에서 오는 극대화된 감정을 끌어내는데 사용하기도 한다. […]

    응답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