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중시계에서 손목시계로

원래 시계는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회중시계가 일반적인 형태였다. 특히 남자들에게 회중시계는 가장 화려한 액세서리인 동시에, 사회적 지위를 보여줄 수 있는 sign의 역할도 했다. 흔히 알고 있는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는 동화에서 아내는 자신의 머리를 잘라 남편의 시계줄을 선물해 주고 남편은 시계를 팔아 아내의 머리핀과 빗을 선물해 주는데, 여기서 아내가 사준 시계줄은 지금의 손목 시계줄이 아니라 회중시계와 베스트를 연결해 주는 줄이다. 돈이 없어서 시계는 못 사주고 줄만 사준 것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은데, 단순히 돈이 문제였다기 보다 당시 남자들은 회중 시계를 넣고 다니면서 살짝 보이게 되는 베스트와 연결된 시계줄이 시계 못지 않게 비싸고 또 중요했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회중시계

<현재 손목시계보다 훨씬 크고 화려한 ‘회중시계’>

대세였던 회중시계가 손목시계로 이동한데에는 당시 귀족들이 가진 비행기에 대한 관심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기초적인 비행기 제작에 대한 방향이 생겨나고 있는 시점이었고, 동시에 하늘을 나는 것에 대한 귀족들의 관심이 많아지면서, 그들 사이에서 누가 더 오래 비행하는가라는 다소 사치스러운 경쟁이 시작되었다. 비행을 지켜보는 사람, 그리고 직접 비행기에 탑승하는 사람 모두에게 얼마나 긴 시간을 비행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시계를 보는 것이 매우 중요했는데, 조종사에게 조향과 동시에 회중시계를 보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었다. 이때 한 귀족이 ‘Louis Cartier’에게 부탁해, 비행하면서도 쉽게 볼 수 있는 시계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고, 약 3년이라는 시간이 걸려 현재의 손목시계를 고안해 냈다. 하지만 처음 손목시계가 나왔을 때 남자들은 절대 사지 않으려 했다. 손목에 있는 시계가 여성들이 하고 다니는 팔찌의 일종이라고 생각해 그들에게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을 확인한다는 실용적인 목적에 따라 남성성을 대표하는 파일럿을 시작으로 다양한 직업군에서 착용을 시작해 현재와 같이 가장 일반적인 시계의 형태로 자리잡게 되었다.

‘취미’로서의 독서 vs. ‘수단’으로서의 독서

필자에게 ‘독서’란 누구나 갖고 있는 그런 흔하디 흔한 취미라기 보다는 일종의 task에 가깝다. 학창 시절부터 글로 배우는 것이 일반적인 환경에서 자라왔고, 또 한국에서 대학교를 나오기까지 알고 싶은 모든 내용은 책 속에서 찾을 수 있었다. 그래서 모르는 것이 있으면 가장 먼저 서점(도서관)을 갔고 나름의 원하는 대답을 항상 찾아왔다. 그래서 독서를 취미라고 부르기에는 너무 수단적인 도구이다.

독서의 실용적인 목적으로 봤을 때 내게 E-book은 완벽한 형태의 책이다. 무한한 분량의 책을 들고 다닐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어디에서든 쉽게 읽을 수 있다. E-book이 갖는 가능성에 비한다면 현재 보완해야 할 것들이 더 많지만, 이것은 당장 닥친 저작권 문제로 야기한 것들이 대부분이지 E-book이 갖는 한계라고 보기는 어렵다. 보고 싶은 컨텐츠에 따라서 Kindle, iPad, iPhone, 그리고 PC에서까지도 각종 E-book 스토어를 활용해서 책을 본다. 최근에 산 종이책을 생각해보니 Paulo Coelho‘불륜’이란 책이었는데, 그냥 차에 두고 시간날 때 마다 읽으려고 샀었고, 그외에는 전부 교보이북, 혹은 리디북스, 그리고 드물게 아마존에서 필요한 책을 사서 보고있다.

아직은 ‘독서’라고 부르는 행위에서 E-book이 차지하는 비중이나 중요도는 매우 낮다고 생각한다. 주변인들과 함께 E-book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면 여전히 종이책이 주는 느낌과 감성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절대 액정이 따라갈 수 없음을 설파한다. 완벽히 동의한다. 절대 액정이 종이가 손에 전달해 주는 ‘독서라는 행위의 만족감’을 줄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분명히 할 것은 그들에게 독서는 ‘취미’이기 때문에 책을 읽고 있는 행위가 더욱 중요한 것이고, 책 속에 담긴 컨텐츠가 중요한 필자와 같은 사람에게 독서는 그냥 ‘수단’일 뿐이다. 동시에 ‘수단’으로서 독서가 필요한 사람에게 E-book은 모든 면에서 종이책보다 더 우월한 수단이다. 우리가 컨텐츠에 집중하는 순간 출판사에서 예쁘게 제본해서 내어놓은 종이책의 형태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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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명민’ – 회중시계를 이용해 클래식 수트를 멋스럽게 소화했다>

 

종이책 예찬론자들에게,

여전히 회중시계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 사람들은 시간을 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회중시계를 들었을 때 손에 전달되는 묵직한 느낌, 그리고 클래식 수트를 완성하기 위한 아이템으로서 의미를 부여한다.(핸드폰만 보면 시간을 알 수 있는데 손목시계도 실용적이지 않다 할지 모르지만 여전히 손목시계는 가장 효율적으로 시간을 확인할 수 있는 수단이다) 지인과 E-book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종이책 예찬론자들에게 ‘독서’의 의미가 사람마다 다를 수 있음을 말하고 싶었다. 덧붙이자면 필자는 E-book 예찬론자가 아니다. 독서가 ‘취미’이기 때문에 종이책 예찬론자가 될 수 있는 것이지 그것이 단순히 ‘수단’이라면 그냥 더 편한 방법을 따라가면 그뿐이다.

Posted by J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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