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루마니아

새벽 3시 30분 비행기를 타고 아침에 루마니아에 도착해 바로 PPM에 참석했다.

두바이에서 촬영을 마치고 루마니아로 이동했다. 오늘은 벌써 루마니아에서 이틀의 PPM(Pre Production Meeting)을 거쳐 첫날 촬영이 끝났다. 인생에 올 일이 전혀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루마니아에서 그것도 촬영을 하러 오게 될 줄은 정말 상상도 못했다. 이제야 겨우 첫 날이 끝났지만, 촬영이란게 갈수록 촬영장도 스태프도 마음에 안 드는게 늘어나기 마련이라 좋은 첫인상을 갖고 있는 지금 느낀 바를 적으려 한다.

Bucharest, Romania.

꽃보다 누나의 인기로 인해 동유럽 국가에 대한 관심과 환상이 다들 조금씩 생긴 것 같다.  하지만 굳이, 정말 굳이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Gloomy Chic 랄까. Gloomy 한 느낌은 확실하다. 공항부터 도심 한가운데 있는 호텔까지 정말 흑백의 도시를 보는 것 같았다. 유럽풍의 오래된 건물이 그대로 잘 보존되어 있는데 라이프 스타일 촬영을 위해 오기는 오히려 적합하지 않은 분위기라고 느꼈다. 고풍스럽고 시크하다기 보다는 치열한 생계의 흔적들이 보이는 곳이 더 많았고, 반대로 또 그런 컨셉의 촬영을 한다고 해도 흑백이 아니라 천연색의 더 아름다운 도시가 촬영엔 더욱 적합하다.

오래된 건물들이 멋스럽긴 한데 촬영지로서는 솔직히 더 좋은 곳이 많다.

오래된 건물들이 멋스럽긴 한데 촬영지로서는 솔직히 더 좋은 곳이 많다.

이번 부카레스트 행은 완벽하게 대행사의 추천으로 결정되었다. 루마니아는 필자는 물론이고, 마케팅에 그 어느 누구도 개인적으로, 혹은 촬영으로 가본 적이 없었다. 유일하게 아는 거라곤 드라큘라 백작이 살던 곳이라는 것 뿐. 솔직히 다른 촬영과 달리 기대보다는 걱정을 안고 왔다.

Bucharest Film Studio

이번 커머셜 촬영을 하게 될 Bucharest Film Studio 부카레스트 필름 스튜디오에 도착해서 처음으로 놀란 것은 Universal Studio 뺨 치는 크기에 놀랐고, 세트장의 디테일에 더 놀랐다. 영화부터 최신 미드까지 수많은 작품들이 촬영된 곳이었다. 스튜디오를 얼마 전에 인수해 운영하면서 동시에 이번 촬영을 맡아준 감독에게 들어보니 커머셜 촬영은 극히 드물고 주로 영화를 위해서 찾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첫날 촬영에서도 느꼈지만 어마어마한 스튜디오 스케일에서 느껴지는 현장감은 이전 그 어떤 스튜디오에서도 느껴보지 못했다. 영화 촬영을 염두해두고 만든 규모에서 오는 압도감과 함께, 스튜디오에 포함되어 있는 스태프에게도 한번 더 감동했다. 일반적으로 스튜디오 촬영을 하게 되면 수도 없이 프로덕션, 아트, 조명, 캐스팅, 메이크업, 워드롭 등 다양한 소속의 사람들과 일을 해야 한다. 하지만 부카레스트 필름 스튜디오의 경우 캐스팅과 메이크업을 제외한 모든 스태프가 스튜디오에 소속되어 있다. 이 말은 각 역할을 맡은 모든 스태프가 자신의 공간에서 계속 호흡을 맞춰온 사람들과 함께 촬영을 준비한다는 것이다.

촬영이라는 것이 응당 그렇듯 수없이 바뀌고 생각지 못한 수많는 prop들이 시시때때로 필요하다. 그때마다 아트팀은 스튜디오 내에 있는 작업실에서 거의 모든 종류의 prop을 제작하고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영화라는 거의 모든 소품을 다뤄야하는 장르를 주로 하기 때문에 사오는 것에 익숙한 촬영에서 그때그때 원하는 것을 만들고 배치하는 것에 가장 놀랐다.

주어진 것을 활용하기 보다는 만들어가는 촬영.

첫날 촬영을 마치고 저녁을 같이 먹으면서 궁금한 것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볼 기회가 있었는데, 사실 필자같은 커머셜 촬영으로는 수익이 거의 나지 않는다고 한다. 실제로 같이 일해주는 스태프들의 수를 보고 이게 예산안에 가능한 것인지 놀랐었다. 일년 두어편 정도의 영화 촬영을 통해 수익을 남기고 있고 최근에는 영화 못지 않게 미국 드라마나 영국 TV 프로그램과 같은 촬영도 많다고 한다.

Bucharest Film Studio

이번 커머셜 촬영을 위해 사진과 같은 규모의 세트가 10개가 넘게 만들어졌다.

이번 촬영을 준비하면서 요청한 세트가 10개가 조금 넘고 첫날 이 중 4개 세트의 촬영을 마쳤다. 남은 기간 동안 더 지켜봐야겠지만 스튜디오 촬영에 있어서 부카레스트 필름 스튜디오는 앞으로도 우선적으로 고려할 옵션이 될 것 같다.

최근 커머셜의 추세도 애플이 주도한 라이프 스타일 중심의 Slice of Life를 보여주는 방식에서, 깔끔한 스튜디오를 활용해 제품의 USP를 단순하지만 확실하게 전달하는 방식으로 변하고 있다. 추세에 따르는 입장이라면 일반적인 커머셜을 위한 스튜디오에서 벗어나 영화 전문 스튜디오에서 새로운 스케일로 표현해 보는 것도 의미있는 시도가 되지 않을까. 이번 결과물이 그 어느때보다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가지만 덧붙이자면 루마니에서도 당연히 유럽의 거의 모든 모델 에이전시를 활용가능하기 때문에 캐스팅에 큰 문제는 없지만, 한가지 아쉬운 점은 현지 모델 에이전시에서 받은 캐스팅 비디오가 형편없었다는 것. 캐스팅 디렉터의 콘티에 대한 이해도 떨어지고, 캐스팅 비디오에 요구했던 장면을 단순히 ‘즐거움’, ‘화남’ 이렇게 3초 만에 다른 감정을 연기해서 보내주는데 캐스팅의 기준으로 삼을 수가 없었다. 현지 모델 에이전시를 통해 캐스팅할 경우 꼭 직접 보고 캐스팅하는 것을 추천한다.

Posted by J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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