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지 않은 새해 각오 중에 하나가 일주일에 두개씩, 연간 100개의 포스팅을 하는 것이 었는데, 촬영 준비로 인해 몇 주간 글을 쓸 엄두도 내지 못했다. 새해 각오를 포기하기엔 아직 한달도 되지 않았기에 피곤하지만 촬영 일정 중간에 짬을 내 굳이 키보드를 잡았다.

이번 촬영은 두바이와 루마니아에서 진행된다. 최근 들어 컨셉에 상관없이 로케이션 제안으로 두바이가 부쩍 늘었다. 로케이션에도 확실히 유행이 있다. 꽤 오랫동안은 일정 수준 이상의 크리에이티브를 보장할 수 있는 스태프와 모델 캐스팅이 쉬운 ‘뉴욕’이나 ‘LA’ 촬영이 많았다. 물론 여기에는 환율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달러가 점점 비싸지면서 ‘호주’가 각광받기 시작했다. 가장 큰 장점은 아름다운 대자연과 도시를 한 로케이션에서 촬영할 수 있다는 것이고 나름 뛰어난 현지 모델도 많은 편이다. 지금도 호주는 먼저 고려하게 되는 해외 로케이션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두바이’ 제안이 꾸준히 늘고 있다. 개인적으로 크게 두가지 이유를 들고 싶다.

두바이 촬영

첫째는 용이한 촬영 여건이다. 아랍 문화권이지만 두바이는 외국인이 절반이 넘는 기이한 인구 구조를 갖춰서 그런지 매우 자유로운 분위기를 띠고 있다. 특히나 촬영 협조를 구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다. 갈수록 촬영에 대해 보수적인 태도를 보이는 기존 국가들에 비해 두바이는 아직 촬영에 대한 거부감이나 권리에 대해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지 않은 것 같다. 그래서 이번 촬영도 가장 협조를 얻기 힘든 고층 빌딩 옥상에서 다소 손쉽게 진행할 수 있었고, 호주 같으면 상당히 오랜시간이 걸릴 국립 공원이나 자연 환경 촬영에 있어서도 따로 허가를 받을 필요 없이 사람이 없는 시간을 택해 진행했다. ‘칼리파’같은 뉴욕 못지 않은 고층 빌딩은 물론 30분만 나서면 펼쳐지는 끝없는 사막이 광고 장면의 다양성을 주기에 최적의 여건을 제공한다.

두번째는 다양한 국적의 모델이 모이기 좋다는 점이다. 최근 스튜디오 촬영이 늘어나는 추세임에도 여전히 해외 로케가 많은 이유는 모델 때문이다. 불과 몇년전만 하더라도 전형적인 금발 백인에 대한 선호가 높았다. 하지만 지금은 인종의 다양성을 표현하는 것이 브랜드의 쿨함을 대변하는 수단으로 쓰이고, 키가 크고 몸매가 좋은 모델보다는 실제에 있음직 하면서 매략적인, 동시에 연기가 되는 모델들의 수요가 많아졌다. 최근 두바이에 거주하는 모델이 늘어면서 두바이는 다양한 모델들을 섭외하고 촬영하기에 더욱 유리한 장소가 되었다.

이번 촬영을 두바이로 오게 된 것도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가이드를 갖고 있었다.
– 패션지 같은 화보 느낌보다는 역동적인 일상의 모습으로 표현할 것
– 도심에서 거리, 카페 등 기본 컷들을 포함하되 사막, 짚라인 등 특색있는 장면 추가할 것

고민없이 두바이로 오게 되었다. 다른 세팅이야 어느 로케이션이든 비슷하고 처음 경험한 사막에서의 촬영만 조금 얘기하자면,

두바이 광고 촬영

  1. 첫번째로 정말 아름답다. 높은 모래 언덕을 올라서서 보는 끝없는 모래 지평선을 보고 있자면 지금 촬영 중임을 잊을 정도로 광활하고 신비롭기까지 하다. 개인적인 경험으로 모든 사람이 한번씩은 사막을 체험해보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2. 두번째는 결과물 역시 정말 아름답다는 것. 어떻게 생각하면 사막만큼 안정적인 촬영 환경도 없을 것이다. 사막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파란 하늘에서 끊임없이 내리쬐는 광원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촬영 환경은 오히려 안정적이었다. 남은 일은 사막이라는 소품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의 문제인데 ATV, Sand board, Bike 등 이미 사람들은 사막에서 잘 놀고 있다.

  3. 마지막은 그럼에도 다신 오고 싶지 않다는 것. 사막뿐만 아니라 요즘 누가 클라이언트랍시고 모니터 앞에 앉아서 모니터링만 하고 있을까 싶지만 여기서는 그렇게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똑같이 목 뒤가 빨갛게 타서 벗겨지도록 햇빛속에서 함께 해야되고, 잘 보이지 않는 모니터를 보면서 모니터링을 하기 위해 선글라스를 벗고 모니터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또 신발 신고는 걸을 수도 없어서 맨발로 다녀야해서 발이 익을 것 같은 뜨거운 모래 속을 팔짝팔짝 뛰어다녀야 한다. 좋은 결과물을 위해서 이 정도 수고는 감수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할지 모르겠다. 그런데 가급적이면 아직 시도하지 않은 다른 장소를 더 열심히 찾아보는데 내 노력을 쓰고 싶다…

새로운 광고 컷을 고민 중이고 사막에서 촬영해 본 경험이 없다면 꼭 한번은 추천하고 싶으니 이 글을 읽는 마케터들은 한번쯤 고민해보길 바라며, 혹시라도 이 글을 읽는 마케터가 아닌 대기업 종사자들은 사막이 제품 컨셉과 맞지 않다고 마케팅 팀에서 사막 촬영을 거부하고 있다면 수작부리고 있는 것일 확률이 높으니 참고 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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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J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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