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의 한 영화 소개 프로그램에서 처음으로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이라는 영화에 대해서 알게 되었고, 보고싶다는 생각만 하고 있다가 상영관을 힘들게 찾아서 보게 되었다. 대한민국에 ‘영화 감상’이 취미가 아닌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싶긴 하지만 솔직히 필자는 몇 안되는 그 사람 중에 한명인 것 같다. 일주일에 많아야 한편 정도 극장이나 집에서 보는 편이고, 특별히 찾아서 본다기 보다는 당시에 개봉한 영화, 혹은 우연히 TV에서 하는 영화를 그냥 보는 것 같다. 장르나 감독에 대해서 특별한 선호가 있다기 보다 그냥 재밌는 영화가 좋고 재미없는 영화는 싫고 딱 그 정도로 영화를 보는 편이다. 그런 사람이 봤을 때도 일단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은 상당히 재밌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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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아이의 작은 범죄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롭고, 등장하는 캐릭터가 갖고 있는 약간은 어설프지만 사랑스러운 면들도 그대로 전달되는 것 같다. 무엇보다 밝은 영화라 보면 기분이 좋아져서 더욱 재밌게 본 것 같다. 영화 전문가도 아닌 필자가 영화 감상으로 할 수 있는 말은 딱 이만큼 인 것 같고, 갑자기 어떻게 이런 영화가 시작이 되었을까? 궁금해졌다.

Inspiration

모든 것에는 영감이라고 부르는 순간, 그 시작점이 존재한다. 가깝게는 매일 쓰고 있는 제품에서도 그 순간을 짐작해볼 수 있고, 가끔 보는 만화책을 읽으면서도 그런 생각이 든 적이 있다.

  • LG 스마트폰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기능이라면 역시 노크코드인데, 이것이 어떻게 나왔을까 생각해 보면 그 출발점을 짐작할 수 있다. 후면키라는 차별화 포인트, 그리고 동시에 바닥에 놓아져 있을때 화면을 켤 수 있는 방법이 없어 고민 끝에 화면을 톡톡 두번 두드리는 UX를 개발했음을 유추해 볼 수 있고,
  • 만화책 ‘호문쿨루스’를 보면 작가가 인간은 뇌의 아주 일부분만 사용한다는 사실과 어른이 되면서 두개골이 닫힌다는 두 사실에서 영감을 받아 책의 대부분의 스토리를 생각해 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반면 이 영화를 보면서는 ‘개를 훔치는 행위’, 빈곤한 생활을 대변하는 ‘봉고에서의 생활’, 주인공 아이의 아버지를 대변하는 능력많은 ‘노숙자’ 등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요소들간에 개연성이 약하단 생각이 들고, 그 이유가 명확한 영감을 얻은 포인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인 것 같다. 어느 한 요소도 영화를 시작하게 만들만큼 강렬한 영감의 요소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나름 짜임새 있게 연결이 되어 재밌는 전체가 된다는 것이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본 영화는 Barbara O’Connor의 원작을 영화화한 것이지만, 영화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스토리에 대한 글이기에 별도 언급없이 작성했다)

생각해보니 예전에 미야베 미유키의 ‘모방범’을 읽고 비슷한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살인 사건이라는 소재, 혹은 스토리보다 놀란 것은 치밀하게 짜여진 이야기 구성방식이었다. 보통은 살인 사건이라는 소재를 갖고 그 속에 영감을 받은 몇가지 새로운 스토리를 녹여서 글을 쓰게 되는데 ‘모방범’을 읽고 나서는 단지 스토리를 이렇게 짜임새 있게 묶을 수 있다는 사실이 더 놀랍고 재밌었다.

생각의 흐름

돈을 받고 일하는 모든 사람은 본질적으로 컨텐츠 생산자라고 볼 수 있다. 그 누구도 컨텐츠를 단순히 소비하면서 돈을 버는 사람은 없을 것(있다면 소개 좀). 필자 역시도 그런 생산자 중 한명이라고 한다면 이런 독특한 생각으로 만든 영화, 혹은 책을 보면 신기함과 함께 부러운 생각이 든다. 마케팅을 하면서 크리에이티브라는 것이 대해 많이 고민을 하는 편인데 불구하고 여전히 작은 영감을 얻기 위해서 검색하고, 공부한다. 그리고 그 한 포인트를 찾아 크리에이티브로 발전시키곤 하는데, 이렇게 종잡을 수 없는 짜임새와 구성력으로도 모두가 목적하는 컨텐츠의 결과물을 만들 수 있는 것을 보면 분명 생각의 흐름이 좀 다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필자는 마케팅이라는 ‘일’을 하고 있어서, 그리고 그들은 영화라는 ‘예술’을 하고 있어 그런지 모르겠지만…

Posted by J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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