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 가면 한번은 꼭 먹는 ‘쉑쉑버거’Shake Shack가 드디어 한국에 들어온다. 성공 여부를 떠나 일단은 너무 반갑다. 매디슨 스퀘어 공원Madison Square Park에서 먹는 ‘쉑쉑’의 맛은 단순히 맛있는 수제버거 이상이었다.

<매디슨 스퀘어 파크에서 처음 먹은 ‘쉑쉑버거’>

SPC그룹의 고민

뉴욕에서, 특히 ‘뉴욕을 방문한 한국인’에게 더욱 의미가 많은 ‘쉑쉑버거’가 SPC 그룹을 통해 드디어 한국에 진출한다. SPC 입장에서는 꽤 괜찮은 결정이라고 볼 수 있다. 국내 프랜차이즈 시장에서 SPC의 입지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대표 브랜드라고 할 수 있는 파리바게뜨는 이제 너무 많아져서 출점 제한 규정으로 더 이상 매장을 늘릴 수도 없는 상황이다. 또 다른 대표 매장인 던킨 도넛의 경우는 오히려 매장 수가 감소하고 있다.

여전히 국내 프랜차이즈 시장에서 SPC그룹의 영향력은 막강하지만 문제는 성장세가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브랜드가 급격히 늙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 SPC에 가장 필요한 것은 새로운 성장 동력이고, 그것은 현재 갖고 있는 브랜드보다는 새로운 젊은 브랜드를 통해 달성해야 했다. 그런 SPC에게 쉑쉑은 사실 생각할 수 있는 거의 최선의 선택이라고 보아도 좋을 것 같다.

쉑쉑의 성공에 대한 부정적 견해

하지만 쉑쉑의 성공에 관해서는 부정적인 견해가 더 많다. 일단은 어쨌든 쉑쉑도 ‘햄버거’라는 것이다. 한국 햄버거 시장에서 매장이 가장 많은 두 업체를 보면 ‘맥도날드’, ‘롯데리아’ 모두 매장 수 증가 추세가 줄어들었다. ‘버거킹’만 유일하게 기존 성장세를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나 ‘쉑쉑’이 포함된 수제버거 상황을 보면 더 좋지 않다. 한때 국내에서 수제버거 트렌드를 주도했던 ‘크라제’의 경우 부도 후에 10여 개의 매장밖에 남지 않았으며, 일본에서 큰 인기가 있는 ‘모스버거’의 경우도 생각만큼 성장하고 있지 못하다. 쉑쉑이라 하더라도 한국의 햄버거 시장, 특히 수제버거 시장에서의 성공이 힘들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필자는 개인적으로 쉑쉑의 성공 쪽에 손을 들어주고 싶다. 힘든 시장 환경 속에, 게다가 새로움이라고는 기대하기 힘든 대기업 SPC를 통해 들어데는데, 그럼에도 성공할 것 같은 이유는 무엇일까?

‘1 to 0’의 완벽한 사례

이전 포스팅 ‘가장 익숙한 통계인 평균에 대한 오해’에서 한 이야기를 떠올려 보자. 평균에 대한 오해를 이야기하면서 새로운 시장의 성공 공식에 대해서 이야기한 내용이 기억날 것이다. 특정 제품(서비스)에 대해 느끼는 가치를 0부터 1까지 점수를 매기면서 지금의 시장에서는, “1이 시장을 만들고, 0.5가 트렌드를 주도하고, 0이 수익을 낸다”고 말한 바 있다.

‘쉑쉑’의 사례가 정확히 여기에 부합한다.(쉽게 ‘1 to 0’라고 이름 붙여봤다. ‘Zero to One’을 워낙 재밌게 읽기도 했었고) 쉑쉑이 국내 진출을 한다는 소식이 주요 포털의 검색어 1위에 오르고 뉴스에 나올만큼 모두가 목빠지게 기다린 일일까? 주위에 쉑쉑을 실제로 먹어본 사람을 세어보면 지금의 관심은 절대 과잉반응이다. 실제로 뉴욕에서 쉑쉑을 먹어본, 그 중에서도 한국에 들어온다면 꼭 다시 먹고 싶어하는 사람은 더 적을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1’에 해당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아니라 그 사람들이 어떤 사람인지 생각해보자.

뉴욕에서 공부를 했거나, 비지니스 목적으로 자주 출장을 나가는, 특정한 직업이 없더라도 뉴욕으로 여행을 자주가는 사람들. 물론 모든 사람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 ‘1’에 해당하는 사람이 각 분야에서 사회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비교적 클 가능성이 높다. 영향을 받기보다는 주위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즉, 그 ‘1’이라는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것, 그 사람들이 한 경험, 그리고 그것을 따라하고 싶은 0.5의 사람들. 어쩌면 쉑쉑이 국내 진출을 하게 되면 가장 먼저 찾는 사람은 0.5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그들은 워너비의 아주 일부를 충족시키며 한국에서 트렌드를 만들어 갈 것이고, 그럼 0이 따라와 수익을 낼 것이다.

‘모스버거’와의 차이

그래도 역시 한국에서 햄버거 장사를 하겠다는 것은 변함이 없다. 일본 수제버거 브랜드이면서 국내 진출 이전부터 상당수의 팬층을 형성하고 있었던 ‘모스버거’의 경우도 결국 한국에서 성공을 거두진 못했다. 그렇다면 ‘쉑쉑’이 갖는 ‘모스버거’와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우습게도 ‘쉑쉑’은 미국에서 온 브랜드라는 사실이다. 하지만 한국에서 이것은 결코 우습지 않은 영향력을 발휘한다.

아시아권 전체가 비슷한 양상을 보이긴 하지만, 그 중에서도 한국은 정확히 북미의 트렌드를 선행 지표로 삼고 있다. 즉 북미에서 인기를 끌기 시작한 제품/서비스에 대해 굉장히 후하게 반응하고, 그 반응도 북미의 지표를 후행하면서 정확히 따라가는 양상을 보여준다.

파이브가이즈, Five guys

오바마가 좋아한다는 ‘파이브가이즈’도 물론 맛있었지만, 개인적으로는 ‘쉑쉑’이 더 맞는 것 같다.

흥미로운 것은 그들의 지표를 따라가지만, 막상 북미 문화가 갖고 있는 강점인 다양성에 대해서는 상당히 폐쇄적인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다. 햄버거를 예로 들어보면 동부의 ‘쉑쉑’, 서부의 ‘인앤아웃’ 처럼 트렌드를 주도하는 브랜드도 있지만, 그 못지않은 인기를 갖고 있는 ‘파이브 가이즈’같은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브랜드도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 인지도는 ‘쉑쉑’만이 압도적으로 높다. 즉 한국에서는 북미, 특히 뉴욕, 그것도 뉴욕 시티에서 접할 수 있는 아주 대중적인 문화에 대한 수용도가 높고 그것이 쉽게 선호까지 연결된다.
물론 이전에 네이버의 신규 서비스 ‘PHOLAR’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북미에서 핫한 ‘Pinterest’가 한국에서 성공할 수 없는 이유를 포스팅한 것처럼, 근본적으로 한국인이 갖고 있는 성향과 맞지 않는 경우 실패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가장 익숙한 음식 중 하나이면서, 경제적 부담도 없는 ‘쉑쉑’은 이런 거부감도 작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쉑쉑’이 성공할 것 같은 마지막 이유,

마지막 이유는 사실 생각해놓지 않았는데, 글을 쓰다보니 떠올랐다. 필자가 생각하는 아주 개인적인 마지막 성공 이유는, 이런 저런 앞의 이유들을 떠나서 일단 글을 쓰다보니 나조차도 먹고 싶어졌다는 것이다. 괜히 미국 동부를 대표하는 햄버거 브랜드가 된 것은 아니다. 주저리 주저리 많은 말을 적었지만 실제로 정말 맛있다는 것, 그것이 어쩌면 가장 강력한 성공의 요인이 될지도 모르겠다.

Posted by JW

2 Comments

  1. 엘리 엘리 레마 사박타니 2016-01-09 at 04:32

    SPC가 국내 운영을 함에 따라 미국 현지와 맛이 달라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모스버거도 국내 개점 초창기부터 일본 현지랑 맛이 다르다는 악평이 많았고 그것이 실패의 원인이 되었죠.
    말씀하신 ‘1’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한국의 셰이크 섁은 미국 본토랑 맛이 달라~’ 같은 악선전을 퍼뜨리면 그 파급효과는 만만치 않겠죠.

    ‘경제적 부담도 없는 쉑쉑’이라고 하셨는데 글쎄요… 미국 현지랑 일본의 가격대를 보면, 햄버거+셰이크+감자튀김으로 1만 6천원은 할 것 같은데요. 세트 1만 2천원인 크라제나 세트 8천원인 모스버거도 망한 시장에서 과연 승산이 있을지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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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댓글 감사드립니다. 우려하시는 생각에 대해 제 생각은,
      1. SPC는 브랜드를 현지화하는데 매우 뛰어난 노하우를 갖고 있습니다. 던킨 도넛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특히 잉글리쉬 머핀이나 베이글 메뉴의 경우 국내에서는 간소화하면서 일부를 국내에 맞게 현지화해 오히려 더 잘 들여왔습니다. 베이킹과 패티에 대한 노하우를 SPC가 습득하는데는 현재 하고 있는 프랜차이즈 업의 성격상 무리가 없을 것 같습니다.
      2. ‘1’에 해당하는 사람은 맛에 대한 전문가가 아닙니다. 맛에 대해 전문적인 식견이 있는 ‘1’이 좋아해서 국내에서 성공한다는 예측이 아니라 ‘1’이 갖는 영향력 때문에 그들의 경험이 확산된다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그리고 첫번째 우려에 대한 답변에 더해 이미 계량화 되어서 프랜차이즈업을 하고 있는 쉑쉑에게 받은 노하우로 따라하지 못할만큼 햄버거는 어려운 음식이 아닙니다.
      3. 당연하게도 SPC가 번과 패티를 미국에서 들여올 가능성은 없습니다. 쉑쉑에게 받은 노하우로 국내 생산을 하게 될 텐데 우려하신 대로 합리적인 pricing은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오히려 국내가 가격적으로 유리한 점도 있습니다. 소고기와 돼지고기의 가격차이는 물론, 부위별 차이도 많이 나기 때문에 패티의 가격 경쟁력으로 충분히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습니다. SPC는 첫해에 25개 매장을 직영으로만 운영한다고 밝혔습니다. 입점 초기 국내 대표 프리미엄 수제버거로 positioning 위해 매장에서 먹는 경험까지 철저하게 고민해서 운영한다 전략인데, 이런 방향성은 현명한 판단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1’이 기억하는 것은 정확한 맛이 아니라 쉑쉑을 먹는 전체의 경험이기 때문입니다. 성공 여부는 쉑쉑이라는 브랜드로 프랜차이즈 업을 시작할 때, 1년간 25개 직영점이 만들어 놓은 브랜드 이미지가 key가 될 것 입니다.

      응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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