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제품에 대해 느끼는 가치는 사람마다 다르다. 그래서 시장에서 이 제품이 어느정도의 가치를 갖게 될지는 쉽게 예상하기 어렵다. 그래서 상품 기획 단계부터 소비자 조사를 하고, 마지막 마케팅 컨셉을 세울 때에도 선호도 조사를 시행해 가급적 그 가치를 미리 예상하고 대응할 수 있게 노력한다.

상품 기획안을 예로 들자면, 만약 소비자 선호도 조사 결과 A안은 ‘0.75’, B안은 ‘0.5’로 결과가 나올 경우, 기업에서는 어떤 안을 선택할까. 목적에 따라 항목별로 들여다 봐야겠지만, 동일 제품군으로 이전에 조사한 결과가 있다면 기준값에 따라 큰 고민 없이 A안을 선택할 것이다. 그럼 A안은 시장에서 0.25 만큼의 선호도 차이만큼 더 성공할 수 있을까. 아니 얼만큼 ‘더’ 성공하는지를 떠나서, 선호도가 높다는 것이 A안이 B안보다 성공 가능성이 높다는 근거가 될 수 있을까.

우리에게 너무나도 익숙한 ‘평균’이라는 숫자

흔히들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통계는 뉴스 기사에 인용 된 ‘연간 일인당 평균 OOO’으로 시작하는 숫자일 것이다.(예, ‘대한민국 일인당 연간 라면 소비량’은 72.4개) 특히나 우리나라에서 이런 평균에 대한 관심이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나라는 그 어느 국가보다 빠른 경제 성장을 겪었다. 그 역사의 순간에 속해 있다는 것을 항상 확인하고 싶었을 것이고, 또 그렇게 확인 시켜주는 것이 미디어의 역할이었을 것이다. 또한 당시 지배 구조 상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게 일부 계급이 경제 성장을 주도했던 것이 아니라 국민 전체가 경제 성장의 주인공이자 수혜자가 될 수 있었고, 모두에게 우리가 매년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 객관적인 숫자로 직접 확인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모두 ‘평균’이라는 숫자가 너무 익숙하다. ‘Pass or Fail’가 일반적이지 않은 학점 체계도 한 몫을 하는 것 같고, 기업에 들어가서도 신사업 창출보다는 기존 사업의 연평균 성장률(CAGR)과 같은 지표로 평가하고 평가 받는다. 이렇게 평균에 익숙한 우리에게 시장 조사에 대한 평균값에 대한 오해가 생기는 것이 어쩌면 당연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평균적인 시장’은 없다.

시장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쉬운 이해를 위해서 많은 사람들이 제품에 대해 이해하고 있지만 아직 많은 사람이 쓰고 있지 않은 드론(drone)으로 예를 들어보자. 개인적으로 드론이라는 제품은 근래에 보기 드문, ‘많이 알려져 있지만 잘 사지 않는 기기’이다. 이말은 드론이라는 기기는 몰라서 사지 않는다기 보다는 아직은 많은 사람에게 필요하지 않은, 사야할 필요가 없는 기기라는 뜻이다. 즉 앞서 언급했듯이 일부의 사람에게는 1의 가치를 갖지만, 대다수의 사람에게는 0의 가치를 갖는, 시장에서 소비의 분포가 명확히 나뉘는 제품이라고 볼 수 있다.

드론에 대한 구매 의향에 대한 정도를 0부터 1까지 매기라고 했을때 100명 평균, 약 0.1가 나왔다고 생각해보자. 대기업에서는 어떻게 생각할까. 보통은 0.1는 너무 낮다 다른 제품을 만들자고1 생각한다. 맞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선호도 평균이 낮다는 것이 다른 제품을 만들어야 할 충분조건은 아니다. 드론에 대한 선호도가 0.1이라는 것은 100명의 구매자가 0.1라는 선호도를 갖는 다는 것이 아니라, 개별값을 보면 오히려 1과 0과 같은 극단적인 소비자의 모음인 경우가 더 많다.(특히 드론과 같이 새로운 제품군의 경우는 더욱 10명의 1과 90명의 0일 가능성이 높다) 즉, 선호도의 평균값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평균을 이루고 있는 값들의 분포가 더 중요하다. 우리가 흔하게 접하는 정규 분포의 모양을 보인다면 낮은 선호도가 실제로 상품성과 연관되어 있을 가능성이 많다. 하지만 분포가 정규분포의 정반대로 극단에 집중되어 있다면 오히려 기회가 많은 긍정적인 신호라고 보아야 한다.

긍정적인 신호로 본다고 해도 그 다음에는 양산까지의 과정이 남아있다. 상품기획 쪽에서 일을 해봤거나 유관 부서에 있다면 얼마나 많은 아이디어와 아이템들이 양산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사장되는지 알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되는 대다수의 이유는 아직 시장성이 없다는 것이다. 즉 제품 자체에 대한 매력과 잠재력은 있으나 아직 시장이 형성되어 있지 않아 양산 모델로는 부적합하다는 것.

과거 모두를 위한 제품을 만들던 시절에는 평균적인 사람들을 위한 제품. 그리고 평균적인 사람들이 차지하는 시장의 크기. 이것이 사업적으로 가장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그런 제품, 그런 시장이 이제 존재나 할까. 그 흔한 과자인 빼빼로만 하더라도 이제 그 안에서 얼마나 많은 비슷한 제품과 다양한 맛들이 있는지 다 알지도 못하겠다. 평균적인 시장, 평균적인 소비자들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데 평균적인 제품을 만들어서는 절대 성공할 수 없다. 드론과 같이 새로운 시장을 만들고 있는 기업, 제품들을 보면 전형적인 ‘1 to 0’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즉, 초기 시장 진입 단계에서는 아주 극소수의 1의 소비자만 제품을 구입한다. 이때 보이는 0.1라는 숫자는 1을 가진 단 10명의 소비자가 만드는 숫자다. 더 중요한 것은 이 10명 소비자가 갖는 영향력이다.

1이 시장을 만들고, 0.5가 트렌드를 주도하고, 0이 수익을 낸다.

예전에는 단순히 ‘얼리어답터’라는 적극적인 기술 수용 집단이 초기 구매자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기술보다는 개념적인 새로움에 이끌려 구입하는 경우가 더 많다. 예를 들어 드론의 경우도 한참 전부터 존재한 제품이고, 기술적으로 전혀 새로울 것 없는 개념이지만, DJI에서 ‘누구나 항공 촬영을 할 수 있는 드론’으로 정의하면서 다수의 일반 소비자를 끌어올 수 있었다.(이것까지 고려해서 초반에 드론을 예시로 든 것은 아니었는데 정말 예시를 잘 들었다 싶다) 과거 nerd 같은 얼리어답터가 아니라 드론의 사례와 같이 오히려 hipster의 개념과 닿아있는 초기 1의 구매자들 덕분에 트렌드에 민감한 그룹들이 1의 라이프스타일을 닮고자 그가 사용하는 제품에 관심을, 그리고 구입에 대한 고려까지 다시 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시작된 관심이 0.5에 이르러서 트렌드를 형성하게 되고, 다시 이것이 일반 대중에 까지 확산되어 비로서 0의 고객까지 구매하게 되는, 0의 시장이 되는 것이다.

즉, 우리가 기준을 삼아야하는 것은 선호도의 평균이 아니라 분포에 있으며, 그 분포값 중 1의 값을 갖는 소비자의 프로파일이 해당 제품군에서 얼마나 영향력이 있는지를 봐야한다. 이미 0의 시장이 된 상태에서 진입은 의미없다. ‘First mover’s advantage’는 과거나 지금이나 여전히 유효하다.

모두가 예상하는 성공이 가장 성공 가능성이 낮다.

다양한 제품군을 경험해보지는 못했지만, 다행히도 다양한 컨셉의 제품을 만든 회사에 포함되어 마케팅을 하면서 짧은 시간에 비해서는 많은 경험을 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점점 확실하게 드는 생각은 ‘모두가 예상 가능한 성공이 가장 성공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더 이상 평균의 시장은 존재하지 않지만 여전히 많은 기업들이 평균의 지표로 경영을 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과 소비자는 그 어느때보다 빠르게 변하고 있다. 문제는 그 변화 속에 그들의 집을 가득 채우고 있는 대기업의 브랜드와 제품에 대한 배려와 기다림은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과거의 성공을 잊고 같이 변하지 않으면 기회는 절대 오지 않을 것이다.


  1. 쉬운 이해를 위해 단순히 ‘낮다’고 표현했지만 실제로는 가능하다면 가급적 norm 값을 도출하고, 불가능한 경우 기존 경쟁 제품과 비교하는 다소 복잡한 과정을 거치기는 한다. 

Posted by J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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