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일 전 아마존 Fire Phone을 만져볼 기회가 있었다. 개인적으로 킨들을 오랫동안 사용하면서 아마존에 대한 좋은 인상도 갖고 있었을 뿐더러, 경영학을 공부하면서 아마존이란 기업은 좋아하지 않을 수 없는 기업이었다. 특히나 최근 국내 진출을 위해 준비하고 있는 소식도 반갑게 들었기에 직접 손에 쥐게 된 Fire Phone에 대해 기대가 컸다.

 먼저 인상적이었던 점은,

  1. ‘Peak’
     상당히 유용한 제스쳐 UX라는 생각이 들었다. 스마트폰과 같이 작은 화면을 가진 디바이스의 경우에는 정보를 한화면에 전부 보여주는 것에 한계가 있다. 특히 지도와 같이 전체와 부분의 디테일을 전부 화야할 경우에 정보를 한번에 모두 표기한다면 산만해서 볼수가 없을 것이다. ‘Peak’은 핸드폰을 살짝 기울여 보는 것만으로 지명을 표시하고 지우고를 쉽게 할 수 있다. 가벼운 손동작만으로 추가 정보를 불러오고 숨기는 것은 상당히 기발했다.
  2. ‘Firefly’
     카메라를 활용해서 찍은 사물을 아마존에서 검색해 주는 기능이다. 예를 들어 눈 앞에 있는 친구의 카메라가 얼마인지 궁금하다면 ‘Firefly’를 실행하고 카메라를 그냥 찍으면 된다. 그러면 Amazon에서 해당 카메라를 검색해 바로 구입할 수 있도록 연결시켜 준다. 바코드나 패키지 뿐만 아니라 제품 그 자체를 찍어도 검색해 준다는 것이 신기하면서도 세상의 모든 것을 판다는 Amazon이 갖고 있는 강점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아직은 인식률같이 기술적으로 개선되어야 할 점이 많다)

하지만 인상적인 시도들에 비해서 실망이 더 컸다.

  1. 안드로이드 기반으로 자체 제작한 OS는 ‘매우’ 불안정했다.
     안드로이드 기반임에도 전혀 다른 OS처럼 보이게 나름의 Logic으로 메뉴를 구성했지만, 안전성은 안드로이드의 그것에 절대 미치지 못하는 정도였다. 반나절 정도 만지는 동안에도 잦은 프로징에 두번의 재부팅이 필요했다.
  2. UI가 자연스럽지 않다.
     촌스러운 옴니아를 보는 듯한 UI는 Amazon에 세련된 UI를 기대할만큼 원래 디자인을 잘 하는 회사는 아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치자. 그래도 ‘편의’를 위해 ‘직관’을 포기한 듯한 UI는 시대에 동 떨어져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마치 초기 모바일 OS처럼 메뉴의 depth를 줄이는데에만 집착한 것 같다. ‘최근 사용한 앱’과 ‘모든 앱’이라는 메뉴가 같은 depth에 배열되어 있는 것도 그렇고, ‘Tilting’ 제스쳐를 활용해서 메뉴를 좌우의 메뉴를 불러오는 것은 편하게 느껴졌지만 막상 메뉴 배치를 왼쪽에는 시스템 메뉴를, 오른쪽에는 사용중인 앱의 추가 정보를 배열한 것은 쉽게 이해하기 어렵고, 사용하는 내내 헷갈릴 수 밖에 없었다. 단순히 학습이 필요한 UI라고 말하기도 어려운 것이 현재 Fire Phone의 메뉴 구성은 우리가 자연스럽게 알고 있었던 메뉴의 상하 구조를 파괴하고 다시 외워야하는 수준이다.

Fire Phone은 한마디로,

‘쇼핑’폰 그 자체라고 말하고 싶다. 내부에서 스마트폰을 출시하게 된 기획 배경에도 당사가 갖고 있는 ‘쇼핑’ 플랫폼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였던 것 같다. 컨텐츠 괴물인 Amazon 입장에서는 그런 강점들을 활용해 ‘Firefly’를 통한 쉬운 쇼핑 경험과 ‘Kindle’을 통해 줄 수 있는 컨텐츠 benefit을 활용해서 스마트폰 유저들에 대한 고급 정보를 얻길 원했을 것이다.

Amazon은 데이터 분석에 뛰어날 뿐만 아니라 이를 실제 비지니스에 발 빠르게 활용하고 있는 기업이다. 하지만 활용할 수 있는 정보의 양에 비해서 종류는 한정적이다. 가장 개인적인 기기인 스마트폰이 줄 수 있는 정보가 탐이 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며, 그것을 얻기 위해 Amazon이 갖고 있는 컨텐츠를 활용한다는 전략적 선택도 합리적으로 보인다. 여기에 태블릿을 만든 경험이 일종의 자신감으로 작용 했었을지도 모르겠다.

Kindle Fire와 Fire Phone은 다르다.

태블릿과 스마트폰은 비슷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것보다 더 다르다. 소비자는 태블릿을 한정적인 목적을 위해 추가 구입할 수 있지만, 스마트폰은 절대 그렇지 않다. 누구도 ‘쇼핑’폰을 원하진 않는다. 쇼핑’폰’이면 몰라도. 유저에게 폰은 단 하나의 디바이스다. 책을 보기위해 추가로 Kindle Fire를 구매할 수는 있지만 쇼핑을 하기 위해 Fire Phone을 추가로 구매하는 고객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스마트폰 시장은 이미 레드오션이다. 중국 브랜드가 가격 경쟁을 주도하고 있고, 이미 획득한 프리미엄이 있는 몇 기업을 제외하고는 상당수의 시장을 중국 브랜드에게 뺏길 것으로 보인다. 첫 Fire Phone의 실패가 더 좋은 두번째 폰을 만들어야겠다는 교훈이 되기보다는 안드로이드OS와 iOS를 위한 Firefly App을 개발해야겠다는 선택을 하도록 했으면 좋겠다.

이번 Amazon의 Fire Phone은 ‘좀’ 아니었지만,
다음 Amazon의 Fire Phone은 ‘정말’ 아닌 것 같다.

한마디만 덧붙이자면, Amazon이 확실히 marketing company는 아닌 것이 어떻게 폰 네이밍을 ‘Fire’라고 할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다. 전자제품에 ‘불’이나 ‘전기’가 연상되는 단어는 쉽게 쓰겠다고 결정하기 어려울 것 같은데 무슨 자신감으로 직접적인 ‘Fire’란 단어를 쓰는지… 하긴 실제로 불처럼 뜨거운 폰이었다.

Posted by J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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