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베리에서 안드로이드를 처음으로 채용한 Blackberry Priv를 내놓았다. 디자인, 완성도, 그리고 특유의 물리 키보드까지 블랙베리가 사랑받을 이유는 충분했다. 다만 최근까지도 블랙베리 OS를 고집스럽게 사용해 iOS, 안드로이드 대비 확장성이 매우 떨어져 실 사용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했다. 하지만 이번 Priv의 출시 소식을 접하고 슬라이딩 방식의 키보드를 내장하면서, 안드로이드의 확장성을 취하고, 동시에 고집스럽게 지켜온 보안까지 전부 놓지지 않으려는 모습이 기특하게 느껴졌다. 국내에서는 아직 출시가 되지 않았지만, 필자에겐 그저 ‘Blackberry powered by Android’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구입할 이유가 충분했다. SK Telecom을 통해 개통해 현재까지 2주 간의 사용 소감을 간략히 소개하려고 한다.

블랙베리 프리브 Blackberry Priv

블랙베리답다. 아름답고 고급스럽다.

장점1 – Design

일단 단단하다. 블랙베리의 QC(Quality Control)는 워낙 유명하지만, 이번 Priv의 경우 슬라이딩 쿼티(qwerty) 방식을 택하면서 조립의 난이도가 상당히 높아졌을거라 생각했는데, 우려와는 다르게 매우 뛰어난 마감을 보여준다. 슬라이딩 구조면서 동시에 전면과 후면의 소재가 다르고, 커브드 디스플레이까지 적용한 것을 고려하면, 이전의 수준보다 한단계 더 업그레이드 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1%도 채 되지 않는 블랙베리의 점유율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완성도 높은 제품을 새롭게 낼 수 있을 정도라면 Priv 이후 보여줄 안드로이드 블랙베리에 기대를 해도 좋을 것 같다.

후면소재는 마이크로 석션과 비슷한 느낌의 질감이다.

후면소재는 마이크로 석션과 비슷한 느낌의 질감이다.

역시 디자인 측면에서 가장 말하고 싶은 것은 명불허전, 여전히 블랙베리는 아름답다는 것. 처음 아이폰이 국내 출시 되었을때, 아이팟 터치를 쓰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화이트 블랙베리를 포기할 수 없어 고집스럽게 제법 오랜 시간 사용했었다. 그만큼 블랙베리는 갖고 싶게 만드는 독특한 매력을 갖고 있는 폰이다. Priv 역시 아름답다. 커브드 디스플레이는 전면부를 깔끔하게 덮고 있으며, 슬라이딩 키보드가 붙어 있는 하단부의 스피커는 마치 별도의 외장 스피커 인양 듬직하게 붙어있다. 그리고 호불호가 다소 갈리는 부분이지만 고무, 혹은 마이크로 석션과 비슷한 느낌의 후면 소재는 안정적으로 파지하는데 도움을 준다.

Priv를 사고 싶게 만든 가장 큰 이유인, 키보드 역시 back-lit이 적용되어 은은하게 고급스러움을 더해주고, 우측과 좌측 부의 각기 다른 키보드 돌기 모양도 실사용에 있어서도 손 끝에 구분감을 잘 전달해줘 상당히 실용적인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준다.

슬라이딩 방식의 물리 키보드

슬라이딩 방식의 물리 키보드

장점2 – Powered by Android

역시 구입의 결정적 이유는, OS가 블랙베리 OS에서 Android로 바뀐 것이다. 블랙베리의 가장 큰 문제는 확장성이었다. 이전 포스팅에서 스마트폰의 정의는 결국 ‘가능성’, 즉 확장성 측면에서 정의되어야 한다고 했는데, 그런 관점에서 보면 블랙베리 OS는 사실 스마트폰이라고 부르기 어려울 것 같다. 최우선 가치로 여기는 ‘보안’에 대해 타협할 수 없어 블랙베리 OS를 고집했지만, 보안 이전에 일단 쓸 수는 있게 해줬어야지…

DTEK - 현재 사용환경에 따른 보안지수와 개선방안을 알려준다

DTEK – 현재 사용환경에 따른 보안지수와 개선방안을 알려준다

안드로이드를 사용하면서 블랙베리가 항상 고집해왔던 보안과 비지니스 부분을 앱 형태로 구현해 최대한 비슷한 경험을 주려 했던 것은 블랙베리 팬으로서 상당히 반갑다. 보안의 경우 DTEK이라는 앱을 통해서 현재 사용중인 앱의 보안성과 사용 환경에 대한 평가를 보여주며, 블랙베리 유저라면 모두가 사랑하는 Blackberry Hub도 앱 형태로 구현시켜 놓았다. 또한 슬라이딩 키를 활용해 홈화면에서 다양한 앱과 기능을 단축키 설정으로 실행 가능하게 한 것은 예전 블랙베리를 사용할 때를 추억하게 만든다.

장점3 – Blackberry Keyboard App

다음에 언급할 안드로이드 최적화에 대한 단점과는 반대로, 앱스토어에 등록되어 있는 ‘블랙베리 키보드’ 앱은 지금까지 써본 그 어떤 키보드보다 편하다. 솔직히 블랙베리를 쓰지 않더라도 이 키보드 앱만 다른 기기에서 사용하고 싶을 정도로 인상적이었다. 다만 문제는 한글을 지원하지 않는다는 것인데, 한글 지원에 대한 계획에 대해 메일로 문의는 했는데 아직은 회신은 없었다.

최근 3rd party 에서 나온 키보드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블랙베리 키보드의 경우는 그런 3rd party 앱만이 가질 수 있는 기발한 기능1과 가벼움에, 추천 단어와 같이 제조사 레벨에서 제공할 수 있는 다소 복잡한 로직의 기능까지 만족스럽게 담겨져 있다.


 

단점1 – 슬라이딩 키보드

음, 진짜 이게 필요한 건지 모르겠다. 물론 필자도 물리 키보드가 없었다면 Priv를 사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RTB(Reason To Buy)는 될 수 있겠지만 실제로 사용하면서 물리 키보드가 얼마나 유용한가를 물어본다면 선뜻 대답하기 어렵다. 과거 학생이면서도 고집스럽게 블랙베리를 사용한 이유는 Blackberry의 키보드였다. 딸깍거리는 소리와 함께 내가 누른 키감이 그대로 손끝으로 전달되는 느낌이 좋았다. 그런데 벌써 10년 가까이 시간이 흐르면서 우리에게 소프트 키보드가 너무 익숙해져 버렸다. 장담컨데 지금 어느누구도 Priv의 물리 키보드로 글을 썼을 때, 소프트키보다 빠르게 타이핑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본인들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고집이 결국 필자가 Priv를 구입하게 만들었으니 장점이라고 해야할지. 아니면 안드로이드로 OS를 바꿀정도로 큰 변화를 결심을 했으면서도 과감히 버리지 못한 생산성 떨어지는 물리 키보드를 단점이라고 해야할지. 지금도 굳이 더 느린 물리 키보드로 글을 쓰면서 스스로에게 ‘더 느리고 불편한데 이걸 왜 쓰고 있지?’ 반복해 묻고 있다.

단점2 – OS 최적화

솔직히 원래 블랙베리가 ‘최고’의 스마트폰이었던 적은 없다. 다만 아름다웠고, 블랙베리에 기대하는 보안과 메신저 앱을 실행시키는데 ‘충분한’ 기계였다. 하지만 이번 안드로이드 진형에서 처음 출시한 Priv는 스펙 측면에서 타 제조사의 플래그십 제품과 나란히 할 정도의 고 사양을 갖고 있었고, 자연스럽게 그 기대마저도 클 수 밖에 없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최고는 당연히 아니었고, 충분하지도 못한 수준이다. 스펙에서 기대되는 최고의 성능은 아니더라도 과거 블랙베리가 꾸준히 보여줬던 안정성과 최적화에서 만큼은 뛰어난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 기대했는데, 솔직히 기대에 못 미치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블랙베리를 쓰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인 블랙베리 허브는 거슬릴 정도로 반응이 느리다. 새로운 OS로 처음 나오는 것을 감안하면 크게 놀랍지는 않지만, 지금껏 블랙베리가 보여준 최적화 능력을 생각한다면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단점3 – Camera

삼성 갤럭시 노트5, 그리고 LG G4/V10 이후 어지간한 똑딱이 카메라는 따로 갖고 다니는 것이 의미가 있나 싶을 정도로 핸드폰 카메라 성능이 좋아졌다. Priv 역시 직접 손에 들고 사용하기 전까지는 18M 화소, F2.2 조리개의 후면 카메라에 대해 은근히 기대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직접 사용해 본 결과, 가장 큰 문제는 셔터랙이 너무 심하다. 셔터랙이라고 하면 셔터 버튼을 누르고 실제 촬영이 되기까지의 시간을 말하는데, 그 간격이 너무 커서 실제 담고자 하는 장면을 담기가 어려운 정도다. 그뿐만 아니라 샷투샷 딜레이도 너무 길어서, 연속적으로 원하는 장면을 담기에도 무리가 있다. 카메라 스펙은 충분해 보이지만 역시 소프트웨어 최적화 작업이 좀 더 필요해 보인다.


 

한마디로 Blackberry PRIV는,

“매력이 있지만, 지금은 매력만 있는 스마트폰.”

직접 만져보지도 않고 단지 블랙베리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내놓았다는 사실만으로도 필자 뿐만이 아니라 많은 유저들이 구매했으리라 생각한다. 그만큼 블랙베리는 그만이 갖고 있는 독특한 디자인과 기능에 대한 기대감이 있다. 다만 문제는 기대했던 블랙베리의 매력을 모두 느끼게 하는 것 만큼, 기본에도 충실한 스마트폰을 만들어야 했다는 것이다. 안드로이드라는 새로운 환경에서 새롭게 시작하려는 시도가 쉽지 만은 않았으리라 생각한다. 아직 부족한 점이 더 많지만 한가지 다행인 점은, 첫 안드로이드 블랙베리 Priv는 소비자들이 기대하는 블랙베리의 매력을 간직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신제품이 나와도 이제는 그렇게 반갑지 않은 현재 스마트폰 시장에서, 정말 오랜만에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기기가 나왔다는 것에 일단은 반가움을 표하고 싶다. LG, 삼성, 소니 뿐만 아니라 이제는 중국 업체까지 모두 잘하고 있는 기본은 언제든지 잘 할 수 있다. 오히려 지금의 스마트폰 시장에서 필요한 경쟁력은 각 제조사만이 갖고 있는 매력, 즉 차별화 포인트라고 한다면 그것을 갖고 있는 블랙베리가 지금 당장 Priv의 판매 성적이 저조하다고 포기할 상황은 아닌 것 같다.

이번 Priv는 한마디로, 매력은 있으나, 매력만 있는 폰이었지만, 한명의 블랙베리 팬으로서 아쉬움 보다는 안드로이드 진영에서 새롭게 보여줄 다음 모델에 대한 기대감이 조금 더 컸다고 말하고 싶다.


  1. 물리 키보드를 더블탭하여 커서 이동으로 진입하는 기능 등 

Posted by J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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