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와 시대를 잇는 연결고리.

두 달전, 모통신사 캠페인인 ‘연결의 힘’ 프로젝트를 통해 김광석의 미완성곡을 완성했다는 기사를 보았다. 이 프로젝트는 대중들이 직접 쓴 가사를 김광석의 미완성곡에 입혀 후배 뮤지션들과 함께 완성하는 것이었다. 이 프로젝트에는 10대 중학생부터 60대까지 전 연령의 대중들이 참여했고, 곡을 완성하고 부른 가수들도 그 시대의 가수 뿐만 아니라 후배 가수들까지 참여하여 완성했다. 이뿐만 아니라 2008년부터 시작한 ‘김광석 다시부르기’ 콘서트는 많은 가수들이 참여하고 싶다는 의사를 직접 표명한 콘서트이기도 하며, 2012년에는 전국투어로 확대되어, 지금도 이어질만큼 대중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이렇듯 김광석은 그 시대를 상징하는 가수임과 동시에 그 이후의 시대로 연결시켜주는 ‘bridge’라 할 수 있다.

시대를 대표하는 감성 간의  bridge 역할을 한 김광석은 자연스레 베토벤을 떠올리게 한다. 베토벤은 Classical(고전파) 작곡가이다. 고전파 음악은 깨끗하고, 투명하고 맑은 느낌(clean, transparent and light)이라고 한다면, 낭만파 음악은 화려하고 페달의 사용이 많으며 다이내믹의 폭이 크고 자유롭다. 반면 고전파 작곡가였던 베토벤은 하이든과 모짜르트에게 배운 고전파 스타일을 아주 대담하게 사용하며 자기만의 스타일로 새롭게 만들어 냈다. 베토벤의 음악이 신비로운 이유는 여기에 있다. 이런 그의 음악은 고전파 이후 Romanticism(낭만파) 작곡가들에게 영감을 주며 낭만파 음악에 큰 영향을 끼쳤다. 즉, 베토벤은 고전파와 낭만파를 잇는 ‘bridge’ 역할을 했던 것이다.

연륜, 그 이상의 감성.

또한 그들의 곡에서 느껴지는 감성에서도 공통점이 있다. 이들은 경험해야만 알 수 있는, 혹은 시간이 지나야 알 수 있는 감성이 그들의 작품에 담겨있다. 사람의 감정은 경험해야만 알 수 있는 것들이 있다. 10대가 질풍노도의 사춘기 시절을 겪었다 한들 20대의 눈에는 다 지나간 한순간의 일로 보여지기 마련이고, 마찬가지로 20대가 ‘서른즈음에’ 느끼는 사람의 마음을 다 헤아릴 수는 없으며, 30대가 4,50대의 마음을 다 알 수 없듯이 시간이 흘러야만 ‘그때 그 시절’이 오는 것 처럼, 김광석의 노래들은 ‘서른즈음에’ 알 수 있는 것이 있고, 이등병이 되어 봤거나 ‘이등병의 편지’를 받아 봤어야 느끼는 끄덕임이 있다. 그의 노래는 나이 불문하고 모든 이에게 감동과 슬픔과 용기를 준다. 마치 그가 직접하는 본인의 이야기 같지만 우리가 흔히 히트곡이라 알고 있는 대부분의 곡들은 그가 작사한 곡이 아니다. ‘사랑했지만’ 멀리서 지켜보기만 해야 했던 것도, (심지어 정작 그는 수동적인 사랑 이야기라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서른 즈음에’누구나 겪는 인생에 대한 답답함도,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지만 헤어짐을 앞둔 ’60대 노부부의 이야기’마저도 그가 직접 하는 그의 이야기가 아니다. 인생의 모든 세대를 살았던 사람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것은 그의 목소리가 가진 힘이고, 신비한 점이다.

베토벤 또한 그의 곡에서 비슷한 깊이의 감성을 전해준다. Andras Schiff베토벤의 32 piano sonatas 전곡을 연주하기 위해 50세가 되기까지 기다렸다고 한다. 그리고는 베토벤의 생애 마지막 피아노 곡인 Diabelli (Diabelli Variations)에 겨우 한발 다가서고는 말했다. “I cannot understand pianists who are 20 years old and they immediately play this piece. It cannot be serious.” 이 말에서 Schiff가 음악을 대하는 자세와 특히 베토벤이라는 작곡가의 곡에 대한 깊이가 느껴졌다. 아주 많은 피아니스트들에게 있어서 베토벤은 공부하고 싶은, 공부해야만 하는, 그리고 이해하고 싶은 사람이다. 그리고 실제로도 가장 많이 연주되기도 하며 많은 클래식 연주자들에게 모든 악기를 통틀어 사랑받는 작곡가다.

많은 연주자들이 그의 명곡들에 용감한 도전을 하기도 하고, 더 깊은 ‘공부’를 하여 나이가 든 이후 베토벤과 무대 위로 다시 돌아오기도 한다. 예를 들면, ‘건반위의 구도자’ 피아니스트 백건우는 베토벤 전곡 소나타를 2007년에 일주일동안 8회에 걸쳐 연주하며, 매일 베토벤과 함께 했었다. 한 인터뷰에서 그는 베토벤이라는 작곡가에 대해 “탐험할 수록 신비한”이라는 말을 했으며 “베토벤의 곁을 떠날 수 없었다”고 하며 칠순이 되기 전 다시 한번 베토벤의 세계를 들여다 보고 싶다고 했다. 베토벤은 위대한 작곡가, 피아니스트이기 전에 한 사람으로서의 그의 인생 또한 탐험할 수록 신비한 사람이다. 그의 음악은 분명 시간이 해결해 주는 부분이 있다. 즉, 한순간에 그의 모든 음악과 인생을 이해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한 사람의 사연을 듣고서야 우리는 그 사람의 말과 행동이 이해가 되듯이, 베토벤의 음악에도 그의 인생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것은 분명 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한 20대 음악인들이 한 순간에 이해 할 수 없는 부분이라 생각한다.

김광석과 베토벤의 유쾌하지 않은 공통점.

어쩌면 이 둘은 우리들보다 인생을 조금 더 빠르게 살았던 것은 아닐까. 그래서 그 나이에서 표현할 수 있는 감정, 그 이상의 것을 담은 곡을 쓰고, 부를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31살이라는 너무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나버린 김광석. 그리고 26세부터 Deafness와 오랜기간 싸우며 56세에 떠난 베토벤. 왜 하필 일찍 세상을 떠난 것까지 닮았는지 모르겠다.

Posted by C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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